에디터 추천|2025년을 건너는 책들

에디터 추천|2025년을 건너는 책들

안녕하세요, 2025년 올해의 마지막 33레터입니다. 에디터들이 한 해 동안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려고 해요. 덤으로 33레터의 주요 콘텐츠 다시보기도 준비했으니 즐겨주세요💝

📘AI와 인간 노동의 관계, 다르게 보기

마크 그레이엄 외,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흐름출판, 2025

이 책의 저자들은 AI를 '인공적인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아닌 '추출 기계(extraction machine)'로 바라봅니다. 자본, 권력, 천연자원, 인간 노동, 데이터, 집단지성 같은 가치 있는 요소들을 다량 수집해서 통계적 예측치로 변환,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이라는 거죠. 그래서 AI는 물리적 기반과 광범위한 인간 노동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저자들은 복잡하게 얽힌 'AI 공급망'을 따라가면서, 각 단계에서 AI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우간다의 주석 작업자 애니타, 영국 런던의 머신러닝 엔지니어 리, 아이슬란드의 데이터센터 기술자 에이나르, 아일랜드의 성우 로라, 영국의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 알렉스,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타일러,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콘텐츠 검수 노동자들. 이중에서 애니타, 로라, 알렉스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 있기 때문에 이야기는 다 연결돼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AI를 '학습시키는' 일을 하는 동시에 AI에 의해 관리'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대안이 궁금한 분들은 책의 뒷부분을 참조하세요. AI 공급망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나열되어 있답니다.

애니타의 하루는 끊임없는 클릭과 드래그 속에서 정신없이 흘러간다. 매일 정해진 목표를 맞추기 위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아마존을 통해, 미국을 다시 보다

알렉 맥길리스, <아마존 디스토피아>, 사월의책, 2024

두꺼워요. 400쪽이 넘는 책입니다. 하지만 여러 인물과 지역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펼쳐져서 어렵지 않게 읽히는 편이에요. 한국의 쿠팡과 겹쳐 보이는 지점들도 많고요. 이 책은 아마존과 미국 사회의 관계를 다루기 위해 부의 불평등, 지역 간 불평등, 노동, 권력과의 관계 등 다양한 프레임으로 접근합니다.

먼저 지역 경제. 아마존의 물류센터 확장으로 미국 사회는 지도가 다시 그려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로컬 업체들은 밀려나고, 지역 경제가 아마존에 종속되거나 아예 파괴되기도 했어요.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런데도 물류센터 입지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아마존은 막대한 조세 혜택까지 받아 챙겼어요.

책에는 원래 GM의 자동차 공장이 있던 자리에 거대한 물류창고가 들어선 모습이 나옵니다. 이후 노동자들이 받는 시간당 임금과 복지혜택은 훨씬 적어졌고요.

아마존에서 다수 노동자들은 도시 외곽에서 단순화된 노동을 고립적인 방식으로 수행합니다. 근무 시간과 일정도 가변적이에요. 임시 노동자가 많고 이직률은 높아서 사측에 절대 유리합니다.

아마존의 로비 활동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요. 아마존은 이미 하나의 세력이 되어, 주 정부와 연방 정부 모두에서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로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자신이 테크 기업이라고 하는데요, 사실은 노동착취 공장이에요. 그리고 나라와 경제를 정말로 꽉 움켜쥐고 있어요.”

📔노동의 경계가 녹아내리는데

이승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문학동네, 2025

비정규직, 하청노동, 프리랜서, SNS 크리에이터, 크라우드워크, 플랫폼노동 등을 저자는 ‘액화노동(melting labour)’이라는 용어로 포착합니다.

이렇게 전통적인 노동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유는 기업들이 정규직 고용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인력을 하청, 비정규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대체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하청노동자와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종속성을 띠는 ‘가짜 자영업자’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흐름은 기업에는 직원 관리 비용, 해고 비용, 교육 및 훈련 비용, 사회보험료 등을 절감할 기회가 되지만, 노동자들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어요.

액화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안정하고, 장시간 일하면서도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죠. 시간빈곤과 소득빈곤을 동시에 겪기 때문에 생활에 필수적인 가사노동이나 돌봄에 쓸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복지 제도는 이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고, 결국 노동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개인이 직접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사회복지학 교수인 저자는 우리에게 “보다 더 진화된 노동법과 사회보장제도, 분배제도의 마련, 새로운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 강화, 그리고 기술 발전에 따라 확대되는 비대칭적 정보 독점 해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자의 권리 찾기는 다른 사회구성원과 벌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어지러운 마음을 비우는 사유의 시간

우치다 다쓰루, <무지의 즐거움>, 유유, 2024

우치다 다쓰루는 합기도를 수련하는 무도가, 에마누엘 레비나스 연구자, 사상가로 불립니다. 이 책에서는 공부가 무엇인가에 대해 사유하는 사상가로서 면모가 돋보여요. 배우는 태도, 학술의 본질, 지적 흥분, 학자의 의미 등 알고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본질을 잃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개념을 명쾌하게 이야기합니다.

한 줄 한 줄이 주옥같은 책. 원피스나 슬램덩크식 명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합니다😊 “용기는 고립을 견디는 데 필요한 자질”이라니, 혹시 고립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자기 자신을 믿고 그 상태를 버텨 밀고 나가는 것이 용기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로 우리는 부녀가정을 꾸려 살게 되었지요. 아이가 아직 어렸으므로 단독 양육자로 사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적어도 아이가 클 때까지는 학문을 업으로 하는 삶을 단념하자'고 결의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하루 세끼를 제대로 먹이고, 깨끗이 빨래해서 다림질한 단정한 옷을 입히고,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자게 해 주고, 병에 걸리지 않게 다치는 일 없이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자. 이렇게만 할 수 있으면 100점이다. 만약 이 일을 다한 후에 내게 남는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논문을 쓰거나 번역을 하자. 이런 일을 하는 시간은 어디까지나 내게 주어진 '보너스'라고 생각해야지. 그러니까 있으면 감사하고 없어도 불평하면 안 돼.'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문학동네, 2025

우리 시대를 예민하게 감각해 온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집입니다. 개인의 삶을 통해 동시대 한국 사회의 구조를 포착한다는 점에서, 김애란 작가는 ‘사회학자’라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2025년에 출간한 <안녕이라 그랬어> 역시 지금, 여기, 나 그리고 우리가 한국 사회에서 어디에 서있는지 감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안녕’에는 “‘반갑다’는 뜻과 ‘잘 가’라는 의미가 둘 다” 있을 뿐 아니라, 걱정이나 아무 탈이 없다는 의미도 있죠. 소설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나만 ‘안녕’하지 못한 게 아니라고, 변해버린 사회의 풍경 앞에서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안녕’을 건네고 있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그래야 나도, 내 가족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불안이 들어서요. 그런데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
- 「좋은 이웃」

📫올해의 33레터 다시보기

X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레터 : 런베뮤 사건으로 화두가 된 ‘쪼개기 계약’. 알고 보니 쪼개기 계약은 공공부문에도 많았고 경비업, 시설관리업, 여성 밀집 서비스업 등 원래 취약한 분야에 만연해 있었어요.

쪼개기 계약 유행하는 사회
노동건강연대 ✕ 33레터 💡이번 레터는 노동건강연대 11월 월례토론회 ”쪼개기 계약 유행하는 사회”를 바탕으로 협업 제작하였습니다. 현장 자료를 제공해주신 장종수 노무사님(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무처장)께도 감사를 표합니다. ✂️📄 쪼개기 계약이란…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과로사한 청년 노동자가 생전 3개월, 4개월, 7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반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쪼개기 계약’이 이슈가 되고 있죠⚠️ 기간제법에 따르면

폭넓은 관심을 받은 레터 : 일용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금이 아까웠던 쿠팡. 검찰 내 인맥을 동원한 정황이 있습니다.

검찰·노동부·로펌이 쿠팡을 감쌌다
33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올해 국감에서도 쿠팡 이야기가 많은데요. 특히 쿠팡CFS(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했던 문지석 검사의 증언이 이슈가 됐습니다. 언론에서 많이 다뤘지만 33레터에서 안 다루고 넘어가기엔 너무 중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어요. 곳곳에서 나온 정보들,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미리보기 ➡️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타임라인 ➡️ 이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 노동부에서도

the삶에 의미 있었던 레터 : 33레터를 만드는 the삶에서 ‘지금 우리 일터는’이라는 이름으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간담회의 내용을 뉴스레터에 담아냈습니다.

로켓배송의 그림자: 물류센터가 만드는 다층적 갈등
the삶에서 진행한 간담회 [지금 우리 일터는: 물류 노동을 말하다, 쿠팡과 아마존]에서는 쿠팡과 아마존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을 비교‧분석하고, 쿠팡 물류센터 현장의 이야기를 하며나은 노동 환경을 위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쇼츠 다시보기 : 쿠팡이 이슈가 되었으니… 뉴스레터와 별도로 쇼츠를 제작했어요🔈

혹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나 다시보기한 콘텐츠가 있었나요?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다가올 새해에도 33레터와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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