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콜을 받기 시작하자, 상담사들의 일은 더 어려워졌다
33레터가 또 특별한 손님을 모셨어요!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의 김현주 지부장님입니다💙 콜센터에 AI 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실제 현장 상담사들의 노동환경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김 지부장님은 요즘 AI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이것이 비단 콜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모두의 고민거리가 될 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자동화와 AI 도입이 서비스 품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들려주셨습니다. 읽으면서 같이 고민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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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콜센터에 AI가 도입된 과정이 어땠나요?
콜센터 노동의 변화는 스마트폰의 발달에서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업무가 스마트폰 안에서 가능해지면서 업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오류 역시 함께 증가했어요. 상담사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과를 반복하는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코로나는 '비대면 거래'라는 이름으로 그 속도를 더 끌어올렸고요. 매일 콜 폭탄을 맞아야 했던 끔찍한 시기가 지나고,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우리는 다시 AI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AI로 인해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 1위는 언제나 콜센터 상담사라고들 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콜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AI가 대신 콜을 조금만 받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고객의 말을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AI가 찰떡같이 이해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챗봇 상담이 도입되고 수백억 원이 투자되었다고 했지만, 고객들은 챗봇을 이용하지 않았고 수화기 너머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상담사를 찾았습니다. 챗봇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답변을 반복했거든요.
이후 STT·TA 시스템(STT는 Speach-to-Text, TA는 Text Analysis 기술)이 도입되면서 상담사와 고객의 대화가 실시간으로 텍스트화되어 화면에 고스란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해당 내용을 저장하라고 강요했고 저장하지 않으면 감점하겠다고 했어요. 이 데이터는 AI를 학습시키는 자료가 되었습니다. 결국 상담사들이 자신의 노동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을 대체할 도구를 만든 상황이죠.
관리자들은 실시간으로 텍스트화된 내용을 통해 상담사와 고객의 대화를 감시하기 시작했고, 곧 AI가 상담사의 통화 품질을 점수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해 회사는 어떠한 설명도,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어요.
Q2. AI 챗봇 도입 후 고객의 반응은 어땠나요?
기업들은 콜센터 효율화를 위해 AI를 도입한다고 홍보하지만, 한 언론이 실시한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AI 상담 서비스 만족도는 21.6%에 불과했어요. 응답자의 73.6%는 AI 상담원이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인간 상담원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불편을 느낀 응답자는 56.9%에 달했어요.

소위 'AI 뺑뺑이'라고 불리는 상황이 현장에서 정말 심각해요. 고객들이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어렵게 상담사 연결을 선택하면, AI 상담사가 먼저 전화받아 용건을 말하라고 요구했어요. 고객들은 당황했고, 전화를 끊고 다시 걸기도 했어요. 여러 차례 실패를 겪은 뒤에야 겨우 상담사와 연결되고 나면 분노를 쏟아냈어요. 또 예전에 없던 "사람이야, AI야?", "사람 맞아요?"와 같은 항의 섞인 질문들을 상담사들이 받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이 체감하기에는 서비스가 오히려 불편해졌고, 이 불편이 고스란히 현장 상담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거죠.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된 변화 속에서, 상담사들은 또다시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 전문 온라인 미디어기업 CMS와이어(CMSWire)의 분석: AI는 주문 상태 확인이나 비밀번호 재설정 등 예측 가능한 요청에는 뛰어나지만, 고객의 감정과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거나 비언어적 단서를 이해하는 능력은 떨어집니다.
- IJRTI에 게재된 ‘AI챗봇이 고객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 AI 챗봇의 사용자 의도 인식 오류율은 23%에 달합니다. 또 응답자의 46%는 AI상담원의 감정 지능 부족으로 불편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Q3. 그럼 AI 도입으로 상담사들의 근무 여건이 좋아진 게 아니네요. 더 나빠진 건가요?
우선 감정노동의 강도가 더 높아졌어요. AI와 실랑이를 벌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고객이 상담사에게 연결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내가 한번도 동의한 적이 없는데 왜 AI가 나한테 전화를 거느냐, 내가 전화를 걸었는데 왜 AI가 받느냐’라고 차분하게 항의하는 고객이 있는가하면, 처음부터 욕설을 하는 고객도 있어요. 저희는 기술의 미흡한 점에 대한 뒷수습을 하면서 고객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합니다.
짧은 콜이 없어서 힘든 것도 있습니다. 단순한 업무는 AI가 처리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만 상담사에게 남으면서, 잠시 쉬어갈 틈이 사라졌어요. 콜 수는 줄었지만 통화 시간은 오히려 늘어났고, 상담사들의 한숨 소리는 커져만 갔습니다.
임금에도 영향이 있어요. 콜센터 노동은 실적에 따라 매달 임금이 달라지는데, 이제 AI와의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거든요. 채권추심 상담사의 경우 콜 단가가 1콜당 760원이에요. 그런데 단순하고 짧은 콜은 AI가 처리하고, 복잡하고 긴 콜은 상담사가 맡는 구조로 바뀐다면 AI 비중이 늘어날수록 상담사의 임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지난해 한겨레신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담사의 66%가 AI 도입 이후 근무 여건이 더 열악해졌다고 느끼며, 그중 53%는 AI 기술 오류로 인한 민원 때문에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답했어요.

Q4. 복잡한 콜이 많아지면 상담사들의 업무 수준도 높아지겠네요?
맞습니다. 예전에는 서류 안내 같은 단순 업무가 많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업무가 스마트폰 앱으로 들어오면서 상담사들은 고도의 금융 전문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용역업체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사고 접수나 타 은행 거래 지급 정지 같은 금융사의 본질적이고 위험한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어요. AI는 이러한 복잡한 맥락과 위험 상황을 온전히 처리할 수 없습니다.
금융권 상담사들의 경우 보이스피싱 사고 전화가 많아요. 요즘은 보이스피싱이 지능적이잖아요. 피해자 본인 계좌 외에도 그 이후에 송금된 타 은행 거래까지 지급 정지를 콜센터 상담사들이 하고 있어요.
민생지원금이 지급되던 시기에 카드사 콜이 급증했고요. 정보 유출 사고 같은 긴급 상황이나 연말정산 시기, 또는 부가세 규정이 바뀔 때도 고객들은 여전히 상담사를 찾습니다. AI는 이런 이례적인 상황에서 고객을 안심시키지 못해요. 그럴 때는 콜이 폭주합니다. 상담사들은 휴게시간도 포기한 채 비명을 지르며 전화를 받아요.
결국, 상담사들은 공적인 역할을 일부 담당하는 필수 인력이고, 은행에서도 핵심적이고 리스크가 큰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상담사들의 처우나 고용안정 같은 부분들은 개선이 되지 않아요. 금융권 콜센터의 80~90퍼센트가 위탁·용역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도급 구조를 만들어놓고, 원청은 상담사들의 고통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거죠. 게다가 AI를 핑계 삼아 해고를 계속 시도하는 상황을 보면 정말 기업들의 도덕성이 의심스러워요.
Q5. 실제로 해고가 발생했나요?
네, 해고는 이미 현실입니다. 2023년 11월, 국민은행 콜센터 상담사 240명이 집단해고를 당했어요. 20여 년간 동일한 자리에서 고용 승계가 반복되어 온 관행이 있었음에도, 국민은행이 콜센터 용역업체 6개를 4개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고용 승계 없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겁니다. 국민은행은 언론을 통해 AI 도입으로 콜이 30% 줄었다는 이유를 밝혔어요. 상담사들은 한겨울 거리로 내몰려야 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며 정당과 노동부 등 각계각층의 도움으로 고용 승계를 끌어냈지만, 국민은행 콜센터 상담사들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어요.
2년이 지난 지금, 신한카드 콜센터에서 또다시 200여 명의 상담사들이 집단해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어 국민카드 채권추심 콜센터에서도 160여 명의 상담사가 해고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노동조합에 도움을 요청한 곳만 이 정도라면, 드러나지 않은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은행이 올해 4분기 실적도 아니고 3분기 실적이 5조 1200억 원이에요. 5조 원이 넘는 막대한 이익을 내는데도 비용 절감을 위해 상담사를 가장 먼저 해고합니다.
Q6. 자동화와 AI 도입이 고객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있다면서요?
보험사들이 광고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사고가 나거나 고장이 나면 달려오겠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서비스 질이 낮아지더라도 인건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그래서 급박한 상황에서도 고객이 자동 접수 시스템과 실랑이를 합니다. 이렇게 놔둬도 될까요?
현대해상 사례가 있습니다. 현대해상은 사고 접수 서비스를 자회사인 현대하이카손해사정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눈이 많이 오던 날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고객이 여러 차례 콜센터로 전화했지만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고, 결국 AI를 통한 모바일 접수를 할 수밖에 없었죠. 상대 보험사는 사고 발생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현대해상은 접수 안내 문자조차 없었고 한 시간 뒤에야 출동 연락이 이뤄졌습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콜센터와 보상센터를 모두 보유한 현대해상이 가장 긴급한 사고 상황에서 고객을 방치한 사건.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용 절감을 우선한 나머지 고객의 안전과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외면한 기업의 선택 문제입니다.
다른 사례도 있어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큰 사고가 난 고객이 전화를 했고, 상담사는 먼저 고객을 안정시킨 다음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수습 도중에 2차 사고가 발생한 거예요. 비명소리와 사고 소음이 수화기를 통해 다 들렸고, 그 고객은 돌아가셨어요. 상담사는 오랜기간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처럼 사람이 하더라도 어렵고 힘든 상황이 너무나 많지만 이것마저도 AI로 대체될까 우려가 됩니다.
안전이나 고용 유지에 대한 고려가 없는 상태로 AI를 도입하고 있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Q7. 콜센터 AI 도입과 관련해서 가장 좋은 방향은 무엇일까요?
콜센터 상담사님들은 AI가 도입된 현장에서 일한 지 3~4년 되었는데, AI 도구가 날로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여전히 AI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도 명확히 있고요.
저는 AI의 발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규제하고 활용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AI는 제대로 활용된다면 노동과 삶을 개선하는 도구가 될 수 있어요. 그러나 규제 없이 도입된다면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두 가지가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첫째, AI 도입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AI로 인한 해고를 막고, 고객 정보 보호와 노동자의 인권을 지키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해요. AI 오류에 대한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감독해야 합니다.
둘째, 원청의 책임 있는 협의가 필요합니다. 노조법 2조가 개정되기도 했으니, 이제 원청이 책임지고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AI 도입과 운영에 대해 협의해야 해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와의 협업 없이는 AI 역시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20여 년 동안 콜센터 상담사들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저임금과 실적 경쟁 속에서 일해 왔어요. 이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상담은 AI의 도움을 받고, 숙련된 금융 전문가로서 고난도의 상담을 수행하며 정당한 노동 가치를 인정받는 미래를 우리는 여전히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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