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물류창고 노동자들의 10가지 증언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마존의 노동환경에 대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들, 무엇이 있을까요? 미국의 아워데이터바디스의 보고서를 읽고 정리했습니다.

아마존 물류창고 노동자들의 10가지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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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마존의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미국의 데이터 권리 옹호 단체인 아워데이터바디스(Our Data Bodies)에서 발표한 <추적과 감시(Tracked & Targeted)>라는 보고서입니다.

아워데이터바디스의 연구자들은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했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 21명과 심층적인 대화를 나눴어요. 물류창고 노동자, 운전기사, 프로세스 보조원, 관리자 등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엇죠. 이 21명은 모두 아마존에서 일하는 동안 항시적인 ‘위협’을 느꼈는데 그 위협에 대처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대화 중에 공통적으로 나온 증언 10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처음에는 자부심과 기대로 일을 시작하지만, 점차 절망과 불안으로 바뀐다.

  • 아마존 물류창고는 취직이 용이하고, 건강보험이 제공되며, 다른 사업장에 비해서는 임금이 괜찮아 보이기 때문에 일거리가 필요한 노동자들은 아마존을 우선 선택합니다.
    • 지역에 따라 아마존이 ‘유일한 선택’인 경우도 있지요. (쿠팡과 여러 모로 비슷하네요)
  • 노동자들은 세계적인 기업에 입사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물류창고 일로 생활의 안정을 달성하기를 기대합니다.
  • 하지만 일을 시작하자마자 아마존의 지시에 따라 성과 목표를 향해 내달려야 하죠.
    • 10시간 동안 거대한 물류창고 안을 누비며, 쉼 없이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스캔해야 합니다.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음식 섭취나 신체적 욕구 충족을 미루기도 하고요.
  • 같은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부상이 끊이지 않습니다.
  • 그래서 몇 주가 지나면 환상이 깨진다고 합니다.

2. 이야기와 경험을 공유할 공간이 거의 없다.

  •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노동자는 고립된 채 일합니다. 설계 자체가 그렇다고 하네요.
    • 가장 일반적인 업무는 피킹과 패킹인데, 둘 다 침묵한 상태로 하는 일입니다.
  • 스캔 장비의 ‘삐’ 소리와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외치는 관리자의 소리, 로봇이 윙윙거리며 작업대로 다가오는 소리가 전부라고 합니다.
  • 생산성 목표를 맞추려면 휴게시간까지 동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휴게시간에 휴게실에 가지 못해요.
  • 어차피 휴게실에 공간도 부족해요. 공유할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서로에게서 정보를 얻지도 못합니다. (이것도 쿠팡과 비슷하네요)

3. 일터 감시가 극심해서 정신건강에 해롭다.

  • 아마존의 노동이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고 합니다.
  • 노동자들은 항시적으로 모니터링되고, 측정당하고, 속도를 맞추라는 압박을 받기 때문에 자신이 일을 잘 해내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 스스로가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고, 늘 불안한 느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해요.
  • 감시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동자들은 단 한 순간도 신경을 끄고 휴식을 취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4. 노동자들도 아마존의 감시 시스템에 대응하거나 도전한다.

  • 노동자들은 아마존의 지속적이고 강도 높고 무지막지한 일터 감시에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생존의 문제고 존엄성의 문제기도 하니까요.
  • 어떤 행동은 집단행동으로 이어져 그 일터의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됩니다.
  • 하지만 아마존은 불만을 제기한 사람에게 신속하게 보복합니다. 자동으로 기록을 남기고, 물류창고에서 고립된 역할로 업무 재배치를 해버리기도 합니다.

5. 아마존이 내세우는 신뢰와 안전은 거짓이다.

  • 아마존은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제공한다고 약속합니다. 노동자들에게 ‘아마존이 당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에 대한 메시지도 정기적으로 보내고요.
  • 그러나 생산성 목표는 비인간적이고,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겨우 목표를 달성하면 목표치는 다시 상향 조정됩니다.
  • 부상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 탓으로 돌리고, 유급 타임오프 요청은 거부당하며, 관리자들은 일상 업무흐름 개선에 관한 노동자들의 인사이트를 무시합니다. (쿠팡도 사고를 노동자 탓으로 돌린 적이 많죠)
  • 아마존은 노동자를 불신합니다. 모든 노동자의 행동은 카메라에 녹화되고, 스캔한 물품 개수와 시간대별 데이터는 정밀 분석당하고, 금속 탐지기 옆에서는 과도한 몸 수색이 이뤄집니다.

6. 관리 시스템이 카스트 제도 저리가라다.

  • 관리자들은 주로 젊은 백인 남성으로, 장애가 없고 일터 경험도 없지만 명령은 쉽게 합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아마존에 관리자로 오기도 합니다.
  • 반면 노동자들은 주로 흑인, 아시아계, 이민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관리자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되지요.
  • 관리자들은 자동화 분석 결과에 근거해서 명령을 내립니다. 그들은 생산성 목표를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의 몸이 심하게 손상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7. 이상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린다.

  • 아마존에서는 들어 올리기, 피킹, 패킹(포장), 내려놓기, 운전하기, 운반하기 같은 모든 동작에 표준이 정해져 있어요. 아마존은 노동자에게 그 동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교육용 동영상을 제작합니다.
    • 영상 촬영 및 스캔 도구 데이터로 생성된 증거가 그 ‘표준’과 다를 때 노동자들은 ‘죄책감’을 느낀다고 해요.
  •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증거가 제시됩니다. ‘당신이 발걸음을 잘못 내딛고 있다’, ‘이쪽 또는 저쪽으로 기울어졌다'라는 식이죠.

8. 고용, 해고, 재고용이 모두 쉽다

  • 일부 노동자는 부당한 대우를 단호하게 거부하지만, 다수 노동자는 자신이 표적이 되면 퇴사 또는 해고를 당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 다쳐서 퇴사하는 노동자들도 산재보험료를 청구하는 대신 그만뒀다가 재입사하는 경로를 택해요.
  • 해고당한 노동자도 30일, 45일, 또는 60일의 관찰 기간이 지나면 쉽게 다시 고용됩니다. 그러니 복잡한 항소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재고용이 낫겠지요.
  • 높은 이직률은 의도된 겁니다. 아마존은 노동자를 언제든 대체와 폐기가 가능한 자원으로 바라보고, 운영 시스템 자체를 그렇게 설계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도 일용직 노동자를 대거 고용해서 굴러간다는 점에서 유사하네요.)

9. 아마존은 감시 시스템을 통해 쉽게 책임을 회피한다.

  • 노동자는 생산성과 성과가 아주 조금만 못 미쳐도 제재나 경고의 대상이 됩니다.
  • 노동자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가서 도움을 얻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알 수 없어요.

10. 감시는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마존을 위한 것이다.

  • 노동자는 아마존의 주장을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주장에 반박하려고 하거나 자신의 업무 데이터와 감시 카메라 기록을 살펴보고 싶으면 벽에 부딪칩니다.
  • 일터 절도 같은 명확한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습니다.
  • 그래서 일부 노동자들은 직접 자신의 노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리자의 결정에 항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니까요.

the삶의 생각

아마존은 미국 최대의 민간 고용주 중 하나입니다. 미국 내에서만 100만명을 고용하고 있고, 그중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인원은 7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인 듯합니다.

아마존 전현직 노동자들의 10가지 공통 증언은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극심한 디지털 감시 속에서 휴식과 건강, 조직 내 소통 등 기본적인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럼에도 제조업이 많이 무너져 있는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아마존 일자리에 기대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미국의 현실과 비슷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느샌가 보편적인 알바로 자리잡은 '쿠팡 일자리'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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