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노동조합 억압도 Tech기술로!

아마존은 IT 기술과 첨단 감시 시스템을 동원하여 노동조합 결성을 체계적으로 저지해 오고 있습니다. 혁신을 내세우는 테크 기업의 이면에,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노동조합 억압도 Tech기술로!

아마존은 1994년에 설립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노동조합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노동조합이 생기지 못하도록 다양한 시도들을 멈추지 않았죠. 그러다보니 아마존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불만은 오래전부터 터져 나왔음에도 2022년이 되어서야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결성되었습니다.

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운영할 정도로 IT 기술이 뛰어난 아마존은 노동조합 결성 저지 및 감시를 위해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이런 방식으로 쓰일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아마존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Amazon is notorious for doing things that we haven’t seen before to bust unions.)”
_ 존 로건John Logan,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

아마존의 노동조합 정책이 아마존 설립 직후부터 현재 2025년까지 어떻게 발현되어 왔는지 정리했습니다.

노동조합 절대 안돼! (설립 직후-2010년대 초반)

아마존은 설립초기부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아마존과 직접적인 관계(a direct connection with Amazon)' 를 선호한다고 말하며, 노동조합 결성을 적극적으로 저지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 없이도 노동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임금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2000년, 시애틀 콜센터 폐쇄

미국의 통신노동자연합(CWA, Communication Workers of America)이 시애틀의 고객 서비스 센터 직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자, 아마존은 해당 고객 서비스 콜센터를 폐쇄했습니다. 약 400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 2014년, 델라웨어 창고 사례

국제 기계공·항공우주 노동자 협회(IAM,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achinists and Aerospace Workers)가 델라웨어 창고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시도했을 때, 아마존은 21명의 반노조 컨설턴트를 고용하여 적극적인 반노조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특히, 모든 직원이 참석해야 하는 반노조 회의를 개최하여 "노조는 여러분의 월급에서 회비를 가져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투표 결과, 노동조합 결성은 21대 6으로 부결되었습니다.

체계적으로 반노조 전략 강화 (2010년대 중반-2020년)

아마존은 2018년과 2019년 주주들에게 제출한 연례보고서에 '노동위원회와 노동조합의 존재'는 사업 위험요소(risk factor) 라고 명시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노동조합 결성을 막기 위한 아마존의 다양한 시도들이 폭로되었습니다.

✔️ 반노조 교육 영상 배포

아마존이 2018년에 제작한 45분 길이의 반노조 교육 영상이 유출됐습니다. 이 영상은 아마존의 홀푸드(Whole Foods: 미국의 유기농 식품 체인으로, 아마존이 2017년 인수했어요)의 팀 관리자들에게 전송되었으며, 노동조합 조직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영상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징후, 또는 노동조합의 초기 활동 중임을 포착할 수 있는 징후들을 설명합니다. 이러한 징후들이 반복되어 포착되면 팀 리더는 해당 노동자를 즉시 인사팀과 일반 관리자에게 보고해야 합니다(Gizmodo, 2018). 징후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 “생활 임금(living wage)”, “관리자(steward)” 라는 단어 사용
  • 청원서 및 전단지 배포
  • 동료를 대신하여 문제 제기
  • “평소에는 서로 친하지 않던 직원들이 갑자기 함께 어울리는 경우”
  • “정책, 복리후생, 직원 목록 또는 기타 회사 정보에 비정상적인 관심을 보이는 직원“
  • 직장 내 부정적인 분위기 증가
  • 그밖에 직원의 평소와 다른 행동 전부

✔️ 첩보 활동 (feat. Pinkerton)

유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핀커튼(Pinkerton)과 같은 정보기관의 요원이 2019년 11월에 폴란드의 아마존 창고에 투입되어 노조 활동을 감시했다고 합니다(Motherboard, 2020).핀커튼은 사설탐정 업체로서 미국에서 1880년대부터 노동조합 탄압 대행으로 악명을 떨친 기관입니다. 노동조합에 스파이를 침투시키고, 파업을 진압하고,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위협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업의 반노조 활동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노동조합을 감시하는 시스템 개발, SPOC

유출된 아마존의 내부 기밀 문서(2020년 2월 작성)에는 "SPOC(geoSPatial Operating Console)"라는 시스템을 활용하여 노조에 대한 데이터를 더 잘 분석하고 시각화하기 위해 수십만 달러를 지출하는 계획이 담겨있습니다(Vox Recode, 2020).

아마존은 이 시스템이 "비즈니스의 연속성 계획"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개발되었다고 주장했으나,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노동조합 활동, 항의 시위뿐 아니라 기타 '위협'으로 간주되는 활동을 추적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SPOC는 최소 40개의 데이터 세트를 분석하여 시각화하는데, 노동조합과 관련한 아래의 데이터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 "홀푸드 마켓 내 활동/노조 결성을 위한 노력(Whole Foods Market Activism/Unionization Efforts)"
  • "노동조합 지원금 흐름 패턴(union grant money flow patterns)"
  • "지역 노조 지부 및 다른 노동 단체의 존재(Presence of Local Union Chapters and Alt Labor Groups)"

아마존은 SPOC를 활용하여 자회사인 홀푸드 매장들의 노동조합 조직화 가능성을 평가했습니다. 인종 다양성(다양성이 높을수록 노조 가입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 불공정 노동 관행 고발 건수, 지역 내 빈곤율, 인근 노동조합 활동 수준, 직원 불만 건수 등 여러 요소들을 바탕으로 각 매장의 "노동조합 결성의 위험 점수"를 계산한 겁니다(Business Insider, 2020).

SPOC에 의해 "높은 위험" 시설로 분류된 보스턴 지역의 한 홀푸드 매장에 (노동조합) 감시 자원이 추가 할당되었고, 해당 매장의 관리자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활동가들을 식별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영상은 노골적으로 노동조합 가입이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노조가 고객, 주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 직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속도, 혁신, 고객 집착을 토대로 하는데, 이런 것들은 일반적으로 노조와 잘 맞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중요한 초점 영역들을 놓치면 여러분과 저, 그리고 직원들 모두의 고용 안정이 위태로워집니다. (We do not believe unions are in the best interest of our customers, our shareholders, or most importantly, our associates. Our business model is built upon speed, innovation, and customer obsession—things that are generally not associated with union. When we lose sight of those critical focus areas we jeopardize everyone’s job security: yours, mine, and the associates.)”

미국에서는 “TIPS” 원칙에 따라 노동조합 조직화 과정에 고용주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가 명확히 규정됩니다. 고용주는 직원을 위협(Threaten)하거나, 노조 활동에 대해 캐묻거나(Interrogate), 노조 지지를 약속(Promise)하거나, 노조 활동을 감시(Spy)하는 것은 불법이죠. 하지만 폭로된 아마존의 행태는 이 원칙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마존의 노동법 위반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감시하는 ‘정보 분석가’

그럼에도 아마존은 2020년 9월 ”노동 조직 위협”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은 전문 정보 분석가를 채용하기 위해 두 개의 구인 공고를 게시했습니다.

"분석가는 회사에 대한 노동 조직 위협을 포함하여 매우 기밀인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이해 관계자와 소통하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Analysts must be capable of engaging and informing... stakeholders on sensitive topics that are highly confidential, including labour organising threats against the company.)"

경력에는 "정보 커뮤니티, 군대, 법 집행 기관 또는 민간 부문에서 관련된 글로벌 보안 역할을 맡은 직원(officer in the intelligence community, the military, law enforcement, or a related global security role in the private sector)"이 제시되었죠.

관련하여 노조 스파이를 뽑는 거 아니냐며 논란이 커지자 아마존은 바로 공고를 내렸습니다.

노동조합의 결성과 더 치밀해지는 아마존의 반노조 행태, 2021년-현재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물러나고 2021년 CEO로 취임한 앤디 재시는 아마존을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고용주(Earth’s Best Employer)”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노동조합에 대한 아마존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아마존 노동자들의 안전 요구가 높아지고, 이와 더불어 노동조합 활동도 많아졌습니다. 그러자 아마존은 반노조 캠페인을 강화하고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해고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습니다.

✔️ 알라바마 베서머 캠페인(2021) - 노골적인 반노조 캠페인

2021년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창고의 노동조합 결성 투표 과정에서 아마존은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압박 전술을 사용했고, 결국 노동조합 결성은 1,798대 738표로 부결되었습니다(NLRB 결정, 2021).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겹쳐 직접 투표가 아니라 우편 투표로 진행해야하는 상황에서 아마존은 투표 한달 전부터 USPS(미국 우편 공사)에 물류 창고 바로 앞에 우편함 설치를 요구했습니다. USPS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아마존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결국 설치를 허가했습니다.

설치 이후, 아마존은 이 우편함에서 우편 투표를 하라고 노동자들에게 우편물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물류창고 입구에 설치된 우편함은 회사가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을 줍니다. 아마존이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고 감시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다보니, 우편함에서 누구에게 투표를 했는지도 모니터링 될 거라는 우려는 자연스러운 거죠.

“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우체국에서는 BHM1 정문 바로 밖에 보안 우편함을 설치하여 투표용지를 쉽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우편으로 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금 투표하세요! 3/1까지 완료하세요!”
_ 아마존이 보낸 투표 독려 메세지

투표 독려 우편물에는 노조 결성 반대에 투표하라는 가이드 뿐 아니라, 노조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들도 함께 나열되어 있습니다(출처).

“반대에 투표하세요, 조합비로 낼 돈 연 500달러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VOTE NO, To save almost $500/year in dues).”
“노조는 고용 안정성을 높여주지도 않고,  더 나은 임금과 복지혜택을 가져다주지도 않습니다(A union CANNOT deliver greater job security or better wages and benefits).”

아마존은 근무 시간 중에 노동자들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수많은 반노조 회의를 열고, 창고와 화장실 칸막이 안에 ‘반대 투표’ 포스터를 부착했습니다. 심지어 (노조 조직자들이 노동자들과 대화할 시간을 줄이기 위해) 교통 신호등의 타이밍을 변경하도록 지역 당국에 압력을 가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 2022년 4월,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JFK8 창고: 미국 아마존 최초로 노동조합 결성

JFK8 창고에서도 아마존은 강력한 반노조 캠페인을 벌였지만, 노동자들은 2,654대 2,131로 아마존 노동조합(ALU) 결성에 성공했습니다. 미국 아마존 역사상 최초의 노조가 결성된 겁니다.

아마존은 이 캠페인에 약 440만 달러를 지출했다고 합니다. 특히,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회사는 크리스티안 스몰스와 같은 활동가들을 해고하고 노조 투표 전 의무적인 반노조 미팅, 지속적인 문자 메시지, 포스터 등을 활용했습니다.

노조 결성 이후 아마존은 ALU의 승리에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했고, 단체교섭 과정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2024년까지도 아마존은 ALU와의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했으며, 이는 NLRB 제소로 이어졌습니다. 2024년 8월 29일, NLRB는 아마존의 선거 결과 이의 제기를 최종적으로 기각했습니다.

✔️ 반노조 컨설턴트 고용

아마존은 내부적으로 '직원 관계 전문가(employee relations experts)'라는 명목으로 외부 컨설팅 업체에서 대규모의 반노조 컨설턴트들을 영입해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 투표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설득하는 전략을 고안하고 실행합니다.

아마존에서는 "노조 대표에 대한 회사의 의견을 표현하고 직원들에게 문제, 선거 절차 및 법에 따른 권리에 대해 교육"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컨설턴트들을 고용한 거라고 설명하죠.

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2년에만 노무 컨설턴트에 전년도보다 3배 많은 1,420만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반노조 활동에 대한 아마존의 막대한 투자를 보여줍니다.

✔️ 발전(?)하는 SPOC, GSOC로 확장

2021년, 아마존은 SPOC를 GSOC(Global Security Operations Center: 글로벌 보안운영 센터)의 일부로 통합하면서 시스템을 확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해시태그와 키워드, 조직화 캠페인 등과 관련된 이벤트를 추적했습니다.

✔️ 유럽에서의 반노조 활동과 법적 제재

프랑스 정부는 2024년 1월, 노동자들을 '과도하게' 감시한 혐의로 아마존에 3,2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창고를 관리하는 아마존 프랑스 로지스틱(Amazon France Logistique)가 노동자들의 휴대용 스캐너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과도한' 감시라는 겁니다. 프랑스 데이터 보호 당국(CNIL)은 이러한 감시가 유럽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독일공공서비스노동조합연합(Ver.di)이 10년 넘게 아마존에 단체교섭 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여러 차례 파업을 조직했습니다. 그때마다 아마존은 파업 기간 중 파견 근로자를 고용하여 대응했습니다.

나가며

아마존은 IT 기술과 첨단 감시 시스템을 동원하여 노동조합 결성을 체계적으로 저지해 오고 있습니다. 아마존 물류센터의 노동 환경을 조사한 미국 상원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정리한 글에서도 언급했듯, 아마존은 IT 기술력을 노동자의 권리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죠. 이로 인해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럽에서는 법적 제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겉으로는 혁신을 내세우는 테크 기업의 이면에,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