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아마존 물류창고 노동 환경 - 미국 상원위원회 보고서
미국 상원 위원회의 조사로 아마존이 '빠른 속도와 높은 생산성'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노동 환경 개선을 고의적으로 외면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24년 12월, 미국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HELP)는 아마존 물류창고의 노동 환경과 안전 문제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아마존의 행태를 두고 “용납할 수 없는 수준(Beyond unacceptable)”이라 비난했습니다. 미국 의회가 2023년 6월부터 18개월간 조사해서 확인한 아마존의 노동 환경은 대체 어떠했던 걸까요? the삶은 16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읽고 핵심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It's beyond unacceptable that Amazon, the 2nd largest corporation in America, owned by Jeff Bezos, the 2nd wealthiest person on Earth, continues to put their huge profits ahead of the health & safety of their workers.
— Bernie Sanders (@SenSanders) December 16, 2024
Sadly, that's precisely what my 160-page report today found. pic.twitter.com/zkdx7W6V9j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습니다” –앤디 재시(Andy Jassy, 아마존 CEO)
아마존은 '빠른 상품 배송 속도'를 비지니스 모델의 핵심 요소이자 성공의 주요 동력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속도와 생산성에 대한 아마존의 집착은 물류 창고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이를 한 노동자는 “어떤 이유라도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면 안된다(Don't stop the conveyor for any reason)”고 설명했습니다.
아마존은 노동자의 안전보다 속도를 우선시 합니다.
✔️ 극단적으로 높은 작업 속도와 생산성 강요
아마존은 “노동자들에게 특정 생산성 목표를 달성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지만, 노동자들이 제공한 수많은 증거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시간당 특정 횟수의 작업을 완료하도록 요구 (RATE)
- 아마존은 노동자들에게 물류 창고와 작업의 종류에 따라 다른 목표 수치를 통보합니다. 근무 시작 시 배지를 스캔하는 스테이션에서 확인하거나, 창고에 공개적으로 게시되거나, 관리자가 직접 지시하거나, 휴대용 스캐너로 전송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목표 수치를 전달합니다.
- 노동자들은 자신의 작업 속도와 다른 노동자들의 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부 시설에서는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를 공용 공간에 게시하여 순위를 매기고, 다른 시설에서는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작업 속도를 비교하는 메세지를 보내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각 작업을 정해진 시간 내에 완료하도록 요구 (TAKE TIME)
- 아마존은 작업을 세분화하여, 각 단계별로 필요한 소요 시간을 초 단위로 측정하고 관리합니다.
- 물품 스캔 작업의 경우,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기계 오작동 해결, 스트레칭 등의 모든 시간을 포함하여 근무 시간 내내 물품 스캔 간 걸리는 시간을 평균 13초 이하로 유지해야 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심지어, 스캔 간 걸리는 시간이 평균 7초를 유지하도록 요구받았다는 노동자도 있습니다.
작업하지 않는 시간 제한 (UNKOWN IDLE TIME, TIME OFF TASK)
- 아마존의 관리자는 근무 시간 내내 노동자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면서, '정당한 이유' 없이 워크스테이션 소프트웨어에 로그온하지 않거나 비활성 상태인 경우를 확인합니다.
- 비활동 시간(TIME OFF TASK)이 일정 값을 넘으면 징계 대상이 됩니다.
“그들은 매 순간 당신을 지켜보고, 당신을 쫓아다니며 질문을 던지죠: ‘이 시간까지 어디 있었습니까?’ 그들은 당신이 쉬는 것을 원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하기를 원합니다” –아마존 노동자 인터뷰 중
✔️ 더, 더, 빨리 작업하도록 다양한 수단으로 압박
게임과 경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인센티브 제공

- 많은 아마존 물류 창고에는 노동자들의 워크스테이션에 컴퓨터 게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노동자의 작업 속도에 따라 게임이 진행됩니다. 같은 층, 같은 건물, 다른 시설의 노동자들과 자신의 레벨을 비교해 보여줌으로써, 노동자들이 서로 경쟁하게 합니다.
- 아마존의 한 관리자는 “게임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 일부 물류 창고에서는 노동자들이 더 빨리 작업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생산성 목표 달성을 위한 콘테스트나 대회도 개최합니다. 주로 무급 추가 휴가나 상품 등을 걸고 진행하는 이런 콘테스트는 아마존의 “직원 선물 및 보상” 정책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안전보다 속도를 우선시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기적인 감사, 징계 위협 등으로 압박감 제공
- 아마존은 “같은 시설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노동자들과 실적을 비교”하여 가장 느린 노동자들을 징계합니다. 반복 징계는 해고로 이어지지만, 아마존은 “해고 비율은 매우 낮다”고 주장합니다.
- 또한 컨베이어 벨트 수리, 관지자와 소통, 화장실 사용 등 노동자가 작업하지 않은 시간(unknown idle time, time off task)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징계 조치를 내립니다(보고서에는 초 단위까지 작업 현황을 추적하여 징계 조치를 내린 아마존의 기록 자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징계 압박으로 인해, 아마존 물류 창고의 많은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합니다.
결과적으로, 생산성 지표가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보다 우선시 되는 문화 형성
아마존은 생산성에 집착하는 나머지,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매우 높은 부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물류 창고) 오픈 첫날이었어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죠. 대부분 저처럼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몇 주 만에 모두 무릎과 허리 통증이 생겼습니다.” –전직 아마존 노동자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작업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아마존에서 함께 일하면서 다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아마존 노동자
✔️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업 요구 & 수백, 수천 번의 반복 동작 강요
- 아마존 작업의 특성상 동일한 동작을 과도하게 반복해야 하며, 이는 부상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작업 공간은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지 않아 어색하고 위험한 동작을 반복하게 됩니다.
- 그 결과, 아마존 물류 창고 노동자들은 매우 높은 비율로 근골격계 질환(MSDs)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아마존도 알고 있지만, 위험한 노동 환경을 계속 방치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위험 요소에는 무거운 물건 들기, 구부리기, 머리 위로 손 뻗기, 무거운 짐 밀고 당기기, 어색한 자세로 작업하기, 동일하거나 유사한 작업 반복 수행 등이 있습니다.” –OSHA(미국 노동부 산하의 산업안전보건청)
- 아마존은 근골격계 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최소 2차례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상의 원인을 부상당한 노동자 개인의 문제로 간주해, 노동자들이 부상의 책임을 떠안고 있습니다.
✔️ 아마존이 요구하는 작업 속도에서 안전 절차를 지키기? 불가능!
“그들(아마존)의 속도에 맞추려면 안전을 무시하고 작업을 완료해야 합니다. 속도를 내지 못하면 해고당하거든요.” –아마존 노동자
그 외 사고와 부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아마존 물류 창고의 노동 환경들
- 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임에도 컨베이어 벨트를 계속 가동
- 물류 바닥에 쌓이는 포장물 - 노동자들이 걸려 넘어지거나, 출구를 차단하는 위험 초래
- 기온이 올라 극심한 더위에서 작업할 때도 조정되지 않는 아마존의 작업 속도 요건
아마존은 작업 속도와 부상의 연관성을 알았지만, 생산성이 낮아질까봐 안전 개선 요구를 거부해 왔습니다.
✔️ Project Soteria (2020)
- 아마존 노동자들의 부상 원인을 체계적으로 최초로 분석: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아마존이 시행한 2가지 정책 연구 - (1)작업 속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노동자에 대한 징계 조치 유예 (2)노동자에게 더 많은 휴가 시간 부여
- 연구 결과, 프로젝트 연구팀은 노동자들의 부상을 줄이기 위해 경영진에 작업 속도 관련 징계 완화 및 작업 환경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여기에는 작업 사이에 휴식 시간을 추가하거나, 휴가 기간을 늘리는 등의 조치들이 포함되었습니다.
- 하지만 경영진은 권고안을 거부했습니다. 부상을 줄이는 것에서 부상을 늘리지 않고 “속도/생산성을 극대화(maximize rates/productivity)”하는 방법을 찾도록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2022년, 연구팀은 노동자의 작업 속도를 낮추자고 또다시 제안했지만 아마존은 제안을 또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Core AI 팀은 작업 속도를 분석 요인에 포함하지 않는 등 연구 결과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자체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 Project Elderwand (2021)
- 반복 작업이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MSD)에 미치는 영향 연구 (특히 픽 작업(Picking)과 같은 반복적인 작업에 초점)
- 연구진은 작업 횟수의 상한을 설정하고 작업 중 휴식을 권장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생산성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여 아마존은 권고 사항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아마존은 일하다 다친 노동자가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합니다.
“고용주의 응급처치 제공자는 근로자가 확실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의료 서비스 제공자를 만나지 못하도록 장벽을 만들거나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OSHA
“저는 의사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그녀(AMCARE 소속)는 정말 그래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고집스럽게 의사를 만나고 싶다고 요구했습니다.” –아마존 노동자
- 아마존은 부상당한 노동자가 외부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하며, 가능한 내부 의료 시설(AMCARE)에서 치료받도록 합니다. 노동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부상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치료가 필요한 노동자에게 빨리 업무에 복귀하도록 강요해 부상을 더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 이러한 방식은 연방정부에 보고하는 '공식적인 부상 건수'를 줄여, 드러나는 부상률을 낮춥니다. 이 과정에서 부상 데이터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는지 여부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160페이지의 보고서에는 앞서 정리한 내용들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아마존 노동자들의 인터뷰와 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읽으면서,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쿠팡의 물류 창고의 현실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다음은 아마존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위원회가 어떤 정책을 권고하고 있는지 정리해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