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동탄 물류센터에서 벌어진 일

CJ대한통운 동탄 물류센터에서 벌어진 일

나날이 성장하는 물류산업, 점점 빨라지는 배송. 물류업체들은 항상 ‘자동화’와 ‘기술’을 강조합니다. 홍보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자동화 장치가 보이는 깔끔한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웃으며 일하고 있지요.

소비자의 편익, 첨단 물류 장비. 다 좋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물류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지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어요. 오늘은 CJ대한통운 동탄 물류센터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개합니다.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4차 집단 공동진정 사후보도자료와 관계자 증언을 참조했어요)

CJ대한통운 동탄센터 전경. CJ대한통운은 국내에서 100여 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곤지암 메가허브 터미널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요, 동탄센터 역시 6만 평 규모의 대형 허브 터미널입니다. 출처: CJ대한통운 유튜브.

🏢 ‘첨단’ 센터라지만, 운영은 하청에 재하청…

CJ대한통운은 물류센터를 하청 구조로 운영합니다. 거대한 원청 기업과 수많은 하청업체로 이뤄져 있지요. 최근 사회공공연구원의 경기지역 물류단지 노동실태조사에서는 이를 “다층적인 하청 구조”라고 표현했어요.

  • 기본적으로 CJ대한통운⎯1차 하청업체⎯2차 하청업체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 CJ대한통운은 소수의 관리직만 직접 고용하고,
    • 현장에 필요한 절대 다수의 노동자는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합니다.
  • 1차 하청업체는 CJ대한통운에 직접 인력을 공급하고, 2차 하청업체는 1차 하청업체에 인력을 공급하는 형태입니다.
  • 1차 하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는 계약직이 많고, 2차 하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는 일용직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물류센터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쉬워요😰

  • 불법파견 문제: 2차 하청업체는 관리 능력이 없이 인력 공급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현장에 관리자도 없어요. 그래서 2차 하청업체와 계약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1차 하청업체 관리자에게서 업무지시를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고용 불안정: 2차 하청업체가 폐업(위장폐업 포함)하는 일이 많고, 인건비 절감 압력으로 TO가 조정되면 일용직 노동자의 고용이 불안해집니다.
  • 휴게실, 식당 등이 부족하고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등 노동환경이 열악한 경우에도 2차 하청업체와 계약한 일용직 노동자들은 항의하기가 어렵습니다.
  • '가짜3.3' 계약 및 4대 보험 미적용: 절대 다수의 일용직 노동자가 근로계약이 아닌 가짜3.3 계약을 맺고 일해요. 그래서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4대보험을 온전히 적용받지 못합니다.
📑
가짜 3.3이란?
회사가 책임을 피하려고 노동자를 프리랜서로 위장해 3.3% 사업소득세만 신고하고 고용보험, 퇴직금 등을 회피하는 불법 계약을 말합니다.
그 인력업체라는 애들이 세금 그것 때문에 업체 이름을 바꿔요. 10월, 11월 되면 다 바꾸고 빨리 바꾸는 애들은 6개월에 한 번씩 바꾸는 애들이 있어요. (CJ, BLP도 업체 이름만 바뀌는 걸 다 알고 있겠네요?)
지금도 알다시피 저희 말고도 1개 업체는 일주일 전에 바꿨어요. ○○○○이라고 있었다가 ㅁㅁㅁㅁ으로 바꿨어요. 걔네들은 6개월에 한번씩 바꿔요. 돈 때문에 그렇죠. 폐업 신고를 해버리고 세금을 안 내려고.
- '‘경기지역 물류단지 노동실태조사 결과’에서, 50대 남성/일용직(반장)의 증언

👻 동탄센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B라는 인력업체가 있습니다. 본사는 서울 강남구에 있고, 이 회사가 고용하는 노동자들의 출근지는 경기도 화성시입니다.

CJ대한통운은 이 B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했어요. 그리고 B사는 다시 유령회사들을 만들었습니다👻. 서류상으로 설립되었다가 몇 달 지나면 다시 서류상 폐업하는 페이퍼 컴퍼니들이죠. 순전히 노동자를 3.3으로 고용하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겁니다.

B인력업체가 유령회사들을 이용해 3.3 고용을 한 방법. 출처: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4차 집단 공동진정 보도자료.

이 유령회사들의 이름에는 ‘커머스’, ‘글로벌’, ‘씨엘에스’ 등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진짜 ‘유령’처럼, 노동자들과 계약을 체결한 지 2~6개월 만에 사라져 버렸어요.

  • ‘커머스’가 들어가는 회사는 2023년 8월 31일에 설립되어 10월 1일에 3.3 노동자들과 계약을 체결했다가 12월 31일에 폐업한 것으로 되어 있고요.
  • ‘씨엘에스’가 들어가는 회사는 2024년 6월 5일에 설립되어 7월 1일에 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12월 31일에 폐업 신고를 합니다.
  • 만약 임금이 체불되어 노동자들이 절차를 밟으려고 해도, 회사가 문을 닫았으니 돈을 줄 곳이 애매해지는 거죠.
B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여러 업체의 설립일과 폐업일을 계약일과 비교. 출처: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4차 집단 공동진정

💸 유령 하청업체와 불법 행위

B업체는 이런 식의 유령 하청업체를 내세워 외국인 노동자도 대거 고용했는데, 역시 가짜 3.3으로 고용해서 4대보험 가입 등의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말을 모르고 한국 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악용해서 퇴직금, 최저임금과 같은 근로기준법의 기본적인 사항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가산수당과 연차휴가미사용수당도 지급하지 않았고요.

노동자의 급여에서 사업소득세 3.3%와 고용보험료를 중복 공제하기도 했습니다. 이 노동자들의 다수는 체류자격상 고용보험 가입 자체가 안 되는데, 마치 고용보험에 가입한 것처럼 급여에서 보험료를 공제한 겁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급여에서 3.3% 사업소득세와 고용보험료를 중복 공제했습니다. 출처: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4차 집단 공동진정

이러한 불법 행위가 드러나자 B업체는 해당 노동자들이 자사 근로자가 아니라 자사와 도급 계약을 체결한 하도급 업체들 소속이라면서 또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 유령회사들을 방패막이 삼아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했던 겁니다.
  • 노동청 근로감독관은 이에 느슨하게 대응했고요.
  • 그러는 사이에 B업체는 시간을 질질 끌면서 대리인 몰래 노동자들과 개별 접촉해서, 원래 지급했어야 할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노동자들을 회유했습니다.
  • 자신들이 저지른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상당 부분 피해간 겁니다.
  • 변호사전락준법률사무소의 전락준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치주의를 우롱하고 약자의 권리를 짓밟는 행위”라고 규탄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때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그 외 어떤 이유에서건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한다면 기업은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보다 더 나은 대우를 해줄 이유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 전락준 변호사(변호사전락준법률사무소)

🤔 CJ대한통운은 몰랐을까?

하청업체가 4대보험 가입 대신 3.3% 사업소득세를 공제하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하면서 위법 행위를 하는 동안 원청인 CJ대한통운은 전혀 몰랐을까요?

  • 몰랐다면: CJ대한통운은 원청으로서 관리 감독의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 됩니다.
  • 알았다면: 하청업체의 불법 행위를 묵인하고 방조한 책임을 나눠 져야 합니다.
  • 이런 일이 동탄 물류센터에서만이 아니고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청은 지불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인데도, 현장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권리를 보장받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류산업이지만, 그 산업을 떠받치는 수많은 일용직 노동자가 있고 이들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요?

➡️ 근본적으로: 대기업인 원청이 비용 절감만을 위해 물류센터를 다단계 하청과 3.3 노동자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 당면한 과제: B업체를 포함, 전국의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유령 하청업체와 가짜 3.3계약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을 촉구합니다!

33레터는 깊이 있는 콘텐츠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글을 전하는 데,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커피 한 잔의 후원으로 함께해 주세요.
➡️ 후원 계좌(일시, 정기후원 모두 가능)
우리은행 1006-701-498815 더삶(the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