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퀴즈로 알아보는 쿠팡 새벽배송

OX퀴즈로 알아보는 쿠팡 새벽배송

쿠팡 새벽배송과 야간노동에 관한 논의가 많은 요즘입니다. 이 논의를 하는 동안에도 제주에서 30대 쿠팡 택배노동자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오늘은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YES/NO 질문 형식으로 풀어볼게요. 몇 개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 한번 체크해 보세요!

로켓배송 기사니까 쿠팡 직원이다 ❌ NO

쿠팡이 처음 자체 배송을 시작했을 때는 '쿠팡맨'(나중에 '쿠팡친구'로 변경)이라는 이름으로 택배노동자를 직접고용했어요.

  • 4대보험도 유급휴가도 보장되는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었던 거죠✨
  • 로켓배송 기사들이 손편지를 써주던 좋은 이미지도 이때 정규직 '쿠팡맨'들이 만들어 냈습니다.
출처: 2018년 쿠팡 채용 공고 사이트 캡처

하지만 괜찮은 일자리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멤버십 회원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나서 쿠팡은 배송 부문을 자회사(CLS)와 하청 체제로 전환했거든요.

  • 쿠팡CLS가 하청업체인 중간 영업점(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영업점은 다시 택배노동자와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죠.
  • 정규직으로 남은 배송기사들도 있기는 한데, 백업 근무나 소분 등에 동원됩니다.

그럼 택배노동자는 진짜 사장님일까요? 글쎄요. 실제 근무에 대한 자율성이 하나도 없고 일거수일투족을 통제당하기 때문에 ‘가짜 자영업자’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에 한달간 근로감독을 하고 나서 쿠팡 택배노동자를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정했어요.
  • 반면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에서는 지난 8월, 아마존이 하청업체 배송기사의 공동 사용자(joint employer)라고 잠정 결정했답니다.

매년 물가는 오르지만 쿠팡 택배 단가는 내려간다 🟢 YES

쿠팡은 시장점유율이 높아질수록 배송 단가를 낮췄습니다.

  • 쿠팡의 택배 배송 단가는 초창기(2014년경)에 건당 2500원으로 가장 높았다고 해요.
  • 하지만 태사자 김형준 씨가 쿠팡 택배 일을 해서 화제가 되었던 2019년 무렵의 단가는 야간 1500원, 주간 1000~1200원이었어요(김형준씨 본인의 이야기).
  • 지금은 야간 기준으로 건당 900원 전후, 주간 700원 전후로 떨어져 있고요.

물가는 해마다 올랐는데 택배노동자의 임금인 건당 단가를 이렇게 후려쳐도 되는 걸까요? 낮아지는 택배 단가에도 물량은 엄청나게 늘어나서 택배노동자의 수입은 그럭저럭 유지된다고 해요.

  • 지난 10월 전국택배노조와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쿠팡 배송기사 노동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5년의 하루 평균 배송 물량은 388건으로, 지난해 평균인 359건보다 8.1%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해마다 늘어나는 물량📦📦📦을 처리하다 보니 노동강도는 점점 높아집니다.

그래도 ‘클렌징(택배 배송 구역 회수)’은 없어졌다 ❌ NO

클렌징이란 쿠팡에만 있는 용어로, 배송률이나 근무 일수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택배 기사의 배송 구역을 회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택배노동자에게 ‘구역 회수’란 사실상의 ‘해고’라고 봐야죠.

클렌징 때문에 택배노동자가 과속 운전과 과로에 노출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지난 2월 쿠팡은 계열사들과 ‘상생 협약’을 체결하면서 “택배기사 클렌징 제도를 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매주 배송 구역을 빼앗아가진 않지만, 사실상 클렌징과 크게 다르지 않은 SLA(서비스수준협약) 제도가 생겼어요. 매년 SLA 하위 20%인 영업점은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겁니다. ‘1년 단위 클렌징 제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대리점들이 계약 유지를 위해 택배노동자들을 수시로 압박할 수밖에 없고, 결국 노동자들은 여전히 상시적 고용불안과 과로에 노출됩니다.

  • 타 택배사들은 6년간 고용 유지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생활물류법에서 택배 종사자 보호를 위해 6년 계약갱신청구권(제10조)을 보장하고, 계약해지 요건(제11조)도 엄격하게 정했거든요.
  • 그러나 쿠팡은 ‘계약해지’가 아니라 ‘소비자 평가’라면서 법으로 보장된 6년 계약갱신청구권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프레시백 회수하고 달랑 100원 받는다 ✅ YES

건당 단돈 100원?! 맞습니다 😱 더 정확히 말하면 100~200원이에요. 배송 상품이 없는 집에 프레시백 회수만을 위해 방문하는 ‘단독’은 200원, 배송 상품이 있는 집에 가서 프레시백 회수하는 ‘연계’는 100원. 요즘 공병 모아서 슈퍼마켓 가져가도 100~130원 주는데 이게 뭔가요.

매달 프레시백 회수율이 일정 기준 이상 되면 배송 수수료 인센티브를 주긴 합니다. 하지만 쿠팡 택배노동자들이 인센티브 받으려고 프레시백 수거를 하는 건 아니에요. 수거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SLA에서 재계약 사유가 되어 일자리를 위협당하니까 하는 거죠.

  • 출근하자마자 30분 정도 프레시백 정리 작업에 분류작업까지 하고 나면 배송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피로가 쌓인다고 합니다.

회수로 끝나는 것도 아니에요. 다음날 출근해서 프레시백을 일일이 펼쳐서 정리, 반납해야 합니다.

로켓배송 기사는 주 5일 일하고 원하는 날에 쉰다 ❌ NO

자유롭게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로켓배송 기사들은 원하는 대로 쉬지 못합니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으니 연차 유급휴가도 없는 데다가, 하루 쉬었다가 일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는 걱정때문 입니다.

  • 얼마 전 제주에서 사망한 택배노동자도 부친상 직후에 출근해서 상품을 배송해야만 했습니다.
  • 고인의 카톡방 기록에 따르면, 해당 영업점 소속의 한 택배기사는 지난달 12일부터 27일까지 15일 연속 일했다고 합니다💀
  • 또 다른 택배기사는 11일 연속으로 일한 뒤 하루만 쉬고 다시 일했고요. 심지어 연속 7일 이상의 초장시간 노동도 확인되었습니다.

주말에 쉬지 못하는 것도 쿠팡 택배노동자의 현실이에요.

  • 주 6일 근무라 해도 영업점에서는 주말에 일하고 주중에 휴무를 하라고 압박하거든요.
  • 또 쿠팡은 택배노동자들과 계약할 때 계약서에 "휴일 배송"과 "명절 당일배송"을 명시해요. 휴일 배송률 70% 미만 또는 명절 당일배송률 40% 미만이면 해고 요건이 된다고 합니다🤯.

쿠팡은 “백업기사와 쿠팡친구가 있기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이) 원할 때 쉴 수 있다”고 주장하죠. 그러나 이건 백업기사가 잘 갖춰진 소수 영업점에나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새벽에 배송하면 여유롭다 ❌ NO

새벽배송을 하면 차도 안 막히고 엘리베이터 정체도 없다는 주장이 요즘 많이 보입니다. 심야시간에 차는 덜 막히지만, 쿠팡 새벽배송을 여유로운 노동처럼 말해선 곤란합니다.

쿠팡 새벽배송은 프레시백 정리에서 시작해서 밤새 시간 압박 속에 배송구역을 2~3회 돌아야 하는 고강도 야간노동이에요.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한 과로사 기준 초과입니다.

2024년 5월 과로사한 고 정슬기님의 카톡 화면에서 관리자가 "달려주십쇼"라고 독촉한 시각이 새벽 5시 23분이에요. 정슬기 님이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장한 시각은 5시 24분이고요. 밤 9시쯤 출근해서 같은 구역을 3번째 돌고 있는 사람에게 압박이 가해지는 거죠🏃‍♂️💨

배송지가 다세대주택이나 빌라라서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4층, 5층까지 계단을 몇 번씩 올라가야 해요. 뛰어다니기도 하고요. 배송 중 화장실 가기가 불편해서 국물 음식이나 물도 최대한 적게 섭취한다고 해요. 이런 게 쿠팡 새벽배송의 현실입니다.

지난 10월 전국택배노조와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쿠팡 배송기사 노동실태 조사결과'의 일부.

택배노동자들이 원해서 야간에 배송한다 ✅ YES and ❌ NO

생계가 급한 사람은 당장 돈이 더 되는 일을 찾게 되지요. 게다가 쿠팡 택배와 물류센터는 주간의 단가·시급을 낮게 책정해서 야간에 일할 유인을 만들어요.

  • 택배의 경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건당 배송 단가가 주간 600원 전후, 야간은 850원 전후. 야간이 30% 정도 높은데 사실은 주간 단가가 너무 낮아서⬇️ ‘차라리 야간으로 가자’ 이렇게 되는 거죠.
  •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에도 주간, 야간 모두 기본 시급이 최저임금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에요. 그래서 야간수당(근로기준법에 따라 야간에는 기본급의 1.5배 지급)이나 인센티브가 붙어야 생계비라고 할 만한 돈이 됩니다.
  • 그밖에 낮 시간에 다른 일을 하기 위해 투잡으로 야간노동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요.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에서 야간노동을 하고 있는 건데, 이걸 온전히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택배사 중 쿠팡만 택배노동자를 분류작업에 동원한다 ✅ YES

예전에는 택배사들이 상품을 차에 싣기 전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관행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택배노동자 본연의 과업은 '집화'와 '배송'이거든요. 그래서 지난 2021년 1차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택배노동자들은 분류작업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시킬 경우 대가를 지급). 사회적 합의로 매일 2시간 정도씩 하던 분류작업이 사라지니 주 6일 일하는 택배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시간이 주당 12시간 줄어들었지요👍

그러나 쿠팡 택배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에서는 '통소분'이라 불리는 분류작업이 아무런 대가 없이 이뤄지고 있어요. 택배노조에 따르면 쿠팡 택배노동자의 하루 평균 분류작업 시간은 2.6시간.

이 분류작업만 없어져도 야간노동 시간이 줄어들고 노동자의 피로도 감소할 거라고 관계자 모두가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용우(국회의원): 이 부분들(통소분)을 쿠팡이 기존에는 택배 노동자 본연의 업무라는 것처럼 계속 그렇게 주장을 하셨는데, 노동부의 감독 결과도 나오고… (중략) …그래서 이것은 상차 분류작업 맞다 이제 이렇게 입장을 바꾸신 거죠, 인정하시는 거죠?
홍용준(쿠팡CLS 대표): 네, 인정합니다.
이용우: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택배노동자의 업무강도 또는 공짜 노동을 방지하기 위한 해법 마련하겠다, 이렇게 약속하십니까?
홍용준: 네 저희가 뭐 그 영업점 현장 종사자 의견을 수렴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 2025년 1월 25일 국회 청문회에서 쿠팡CLS 홍용준 대표와 이용우 의원 사이에 오간 문답의 일부

💡 소비자 깨알팁 - 프레시백 안에 아무것도 넣지 마세요

  • 프레시백을 반납할 때, 각종 쓰레기를 담아서 내놓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33레터 구독자들 중에는 그런 분은 없을 것 같아요.
  • 아이스팩, 드라이아이스 봉지 같은 것도 넣지 않는게 좋습니다. 아이스팩은 재활용하지 않거든요. 수거 후 택배노동자 또는 일용직 노동자가 아이스팩을 일일이 칼로 잘라서 물을 쏟아내고 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 혹시 프레시백 회수가 금방 안 되고 문앞에 쌓이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바쁜 날엔 배송 동선이 먼저라서 프레시백 회수는 안 하고 넘기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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