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조? 있어도 없는 거지!

쿠팡은 현행법을 직접 위반하지는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노동조합 대응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쿠팡: 노조? 있어도 없는 거지!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몇 명인지 아시나요? 쿠팡 주식회사와 쿠팡 주요 계열사에 직접고용된 노동자는 2024년 고용형태공시 기준으로 7만3000명이 넘습니다. '소속외근로자'로 분류되는 간접고용 노동자도 공시된 것만 8000명 이상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실제로는 쿠팡 플렉서나 쿠팡이츠 라이더로 일하는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가 빠져 있습니다. 이 플랫폼 노동자를 합치면 쿠팡과 관계를 맺고 일하는 노동자가 1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 가능합니다.

이 수많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쿠팡에도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쿠팡은 형식적으로는 법을 준수하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노조 활동과 권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쿠팡의 주요 사업 영역별로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살펴보며 쿠팡의 노조 대응 전략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물류센터 -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 (Coupang Fulfillment Services, CFS)

쿠팡 물류센터는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운영합니다. 전국에 100개가 넘는 센터가 있으며 인천, 동탄, 고양, 대구 등 규모가 큰 곳을 메가센터로 부릅니다.

쿠팡 물류센터는 사람들이 일용직으로 간편하게 지원해서 일하러 가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로는 감시와 통제가 심하고 재해 및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현장이었습니다. 특히 2020년 5월에는 쿠팡 부천신선센터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 노동조합 설립과 요구사항

쿠팡 물류센터에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이 설립된 것은 2021년입니다. 노동조합은 출범과 함께 다음 5가지 요구안을 내걸었어요.

  • 휴게시간 보장 : 유급 휴게시간(2시간마다 20분)과 제대로 된 휴게 공간 제공
  • 냉난방장치 설치
  • 쪼개기 계약 근절 : 3개월, 9개월 등 쪼개기 계약에서 질 좋은 일자리로
  • 인권 존중 : 직장갑질 근절, 노동자의 의견과 권리 존중
  • 생활임금 보장 : 센터별로 다른 기본급 표준화와 생활임금 수준의 임금

'인권 존중'이나 '냉난방'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들이 노조의 요구안에 포함된 것이 쿠팡 노동환경의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노조는 쿠팡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이 “과로사를 부추길 정도”로 열악하며 “부당해고와 직장내 괴롭힘”이 빈번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쿠팡 사측은 “사실과 전혀 다른 불법 선동”이라고 반박하고요.

✔️ 형식적 교섭과 실질적 무시

쿠팡물류센터지회는 노동조합 설립 후 2021년 8월에 CFS 사측과 교섭을 시작합니다. 교섭은 진행되다가 중단되고, 중단되었다가 재개되기도 하면서 100회 넘게 이뤄졌습니다. 수치상으로는 교섭이 많이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직적 내용 면에서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 2021년 교섭을 시작하면서 노조는 80여개 조항의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제시했어요. 그러자 사측은 요구안 전체에 대한 노조의 설명을 먼저 듣자고 하며 교섭 자리에서 80여개 조항을 하나씩 읽는 '일독' 방식을 주장했습니다.
  • 노조에서 10여개 조항으로 압축한 핵심 요구안을 제시했을 때에도, 사측은 요구안에 대한 사측의 안을 가져오지 않고 계속 '일독'을 고집했습니다.
  • 사측은 현장에서의 노조 활동을 핑계로 한동한 교섭에 나오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아직 임단협이 체결되지 않아서"라고 말하며 노조 활동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이런 식입니다. 교섭에 나오긴 하지만, 협의를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려는 사측의 의사는 보이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쿠팡은) 실질적으로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형식상 요건만 갖춰 법의 제재를 피해왔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쿠팡물류센터에 노조가 결성된 지 4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첫 임금 및 단체협약조차 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사측은 ▲노조 사무실 마련 ▲현장에 노조 게시판 설치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 등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요구들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 노조 간부 압박 전략

물류센터 노조에 대한 사측의 가장 큰 압박 수단은 노조 간부들에 대한 해고입니다.

  • 대부분이 계약직 노동자였던 노조 간부들은 조합 활동 사실이 알려진 후에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당했습니다. 근로계약 갱신에 필요한 평가 점수가 낮다는 이유였는데, 사측은 이 평가 점수를 노동자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 쿠팡물류센터지회에서는 "사실상 사용자 마음대로 해고가 가능한 구조"라면서 "간부를 대상으로 한 표적해고"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CFS 사측은 노조 활동에 형사적 대응으로 간부들을 압박했습니다.

  • 2023년 CFS 사측이 인천1센터를 폐지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때, 당시 지회 간부들은 노동자들에게 전환배치가 충분히 안내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관리자를 찾아갔습니다. 사측은 면담을 거부했고, 이에 항의하는 노조 간부들을 업무방해·공동주거침입·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 항의방문에 신고로 대응하는 것은 노사관계에서 보편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쿠팡 사측은 노조가 하는 모든 노조활동을 불법행위로 보고 문제 삼는다”고 이야기합니다.

택배 배송 -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유한회사(Coupang Logistics Servies, CLS)

쿠팡은 원래 배송기사를 '쿠팡맨'(나중에 '쿠팡친구'로 명칭 변경)이라는 이름으로 직고용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12월부터 배송기사를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로 전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용구조도 CLS가 대리점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점이 다시 특수고용 노동자인 택배기사들과 업무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때 쿠팡 직고용으로 남겨둔 '쿠팡친구'들은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에 가입되어 있었어요. 이 쿠팡지부 역시 사측과 9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조 사무실과 타임오프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쿠팡지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를 탈퇴했어요.)

2023년 4월, 택배노조 쿠팡택배지회가 설립되었습니다. 쿠팡택배지회는 CLS와 계약을 체결한 일부 대리점과 단체교섭을 진행한 적이 있지만, 원청인 CLS는 교섭에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CLS는 택배기사들의 노동조건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하면서도 노조 활동을 원천봉쇄하려고 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이 이뤄져서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가 확장될 경우,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법적 근거를 가지고 원청인 CLS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겠지요.

✔️ 노조 활동 제한 사례들

➡️ 2023년 7월, 일산캠프 택배노동자 ‘입차제한’

CLS는 일산 물류캠프에서 노동조합을 알리는 전단지를 돌렸다는 이유로 택배노조 조합원 3명에게 입차제한 조치를 했어요. 물류캠프에 배송 차량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 이 조치는 택배 노동자에게 사실상 해고와 다를 바 없는 조치였죠.

이에 송정현 택배노조 쿠팡일산지회장 등 2명이CLS를 상대로 '출입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어요. 2024년 12월 24일 대법원은 CLS의 입차제한 조치가 부당하며 일산 물류캠프는 쿠팡 택배노동자의 노조 활동 공간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해고 조합원들에 대한 CLS의 복직 조치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 2023년 12월, 대리점 계약종료

2023년 12월 27일, 쿠팡CLS는 택배노조 쿠팡 분당지회 조합원들이 소속된 대리점에 대해 계약종료를 통보했습니다. 입차제한과 마찬가지로, 대리점과의 계약종료 역시 택배기사들의 일감을 빼앗는 것으로 사실상의 해고 조치입니다.

택배노조는 CLS의 계약종료에 대해 "노동조합이 있는 영업점을 없애려는 원청 갑질이자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단 해고 사태를 낳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항의했습니다.

➡️ 클렌징 제도를 통한 통제

쿠팡의 '클렌징 제도'는 근무 일수,명절 배송율, 프레시백 회수 등 일정 기준을 채우지 못한 영업점의 배송 구역을 회수하는 쿠팡만의 독특한 제도입니다.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노동여건에 불만이 있더라도 클렌징이 걱정되어 대리점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2월 쿠팡은 소상공인, 시민단체와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클렌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SLA(대리점 재계약 평가 자료)에 여전히 배송 수행률과 프레시백 회수율 등의 지표가 남아 있다고 지적합니다.

로켓배송과 노동자 과로사
쿠팡의 로켓배송은 고객에게는 편리함으로 다가오고 쿠팡에게는 이윤을 안겨주지만, 노동자들은 다회전 배송(하루 2회~3회)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배송 노동자의 과로사도 끊이지 않고 있어요.

음식배달 - 쿠팡이츠 (Coupang Eats)

음식배달앱인 쿠팡이츠에도 노동조합이 있어요. 서비스일반노조와 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쿠팡이츠협의회가 공동교섭단을 만들어, 2021년 9월부터 쿠팡이츠와 교섭하고 있습니다.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쿠팡이츠에서도 교섭은 50회 넘게 진행되었지만 노조 사무실과 타임오프 같은 노조 활동의 기본 여건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 쿠팡이츠의 주요 문제점

노동조합이 쿠팡이츠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사안들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업체 최저 수준의 기본배달료
  • 과속과 사고를 유발하는, 성과에 따른 배달료 차등 제도
  • 유상운송보험 가입 의무화 부채 (다른 배달앱에서는 가입 필수)
  • 콜 취소율 제한 등 사실상의 강제 배차

✔️ 3PL 전환과 책임 회피

가장 중요한 문제는 3PL(제3자 물류) 전환입니다. 쿠팡이츠는 '쿠팡이츠플러스'라는 이름으로 3PL을 만들어 라이더들을 쿠팡이츠가 아닌 3PL 소속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라이더를 5명만 모아도 지사장이 됩니다. 쿠팡이츠 본사는 지사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도 업무에 대한 결정권은 가지고 있고요. 형식적으로는 쿠팡이츠가 사용자가 아니지만 실제로는 지휘감독을 한다는 겁니다.

3PL (3 Third Party Logistics)
'제3자 물류'의 약자인 3PL은 운송, 물류창고 보관, 재고 관리 등의 물류 업무를 다른 기업에 위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쿠팡이츠가 배달 업무를 쿠팡이츠플러스에 맡겨버리는 형태가 여기에 포함되죠.

노조에서는 "쿠팡이츠가 지금처럼 운영하려면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교섭에서도 이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쿠팡이츠는 "확인해보겠다", "고려 중이다"는 식으로 무마하고 있다고 합니다.

쿠팡의 노무관리 전략

쿠팡의 여러 계열사의 노조 대응을 살펴보면, 형식적으로는 교섭에 응하지만 실질적인 합의는 회피하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도록 형식만 갖추는 '사실상의 무노조 전략'으로 볼 수 있겠죠.

  • 민주노총 소속의 쿠팡 계열사 노조 중에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 노동조합의 기본 활동 조건(노조 사무실, 게시판, 타임오프 등)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무전략의 배경에는 경영진이 법조인 출신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법무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영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동조합을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는 거죠.

✔️ 법무팀 중심의 경영 시스템

쿠팡에는 변호사만 100여명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모든 사업부에 변호사들이 배치되어 각 사업부의 사업 현황을 취합, 분석해 경영진에 보고하고 법적 대응 위주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외부의 비판이나 부정적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쿠팡은 김앤장과 같은 대형 로펌을 통해 법적 수단으로 대응하곤 합니다. 언론사만이 아니라 기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하고요.

  • 2023년 폭로된 1만6,450명 블랙리스트 역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언론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 2023년 MBC가 쿠팡의 블랙리스트 문건을 보도했을 때도, 보도 직후 쿠팡은 MBC 법인과 해당 기자를 고소했습니다.

✔️ 법조인 출신 경영진

  • 강한승 쿠팡 사장
    • 법조인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고, 김앤장에서 쿠팡 관련 소송을 담당하다가 2020년 쿠팡 사장으로 영입되었습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죠.
  •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 서울지방법원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 변호사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해롤드 로저스 쿠팡 최고행정책임자(CAO) 겸 최고법률책임자(General Counsel)
    • 미국 법조인 출신으로 강경 대응을 자주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 2023년에 천문학 적인 액수의 보너스를 받아갔다고 합니다.

나가며

전체적으로 쿠팡의 노무관리는 법률 지식을 극대화하여 현행법을 직접 위반하지는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노조를 무시하고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자를 직접 '해고'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사실상 해고와 같은 효과를 내는 수법을 구사합니다. 이러한 전략과 수법은 겉으로는 새롭고 법적으로 쿠팡에게 불리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쿠팡의 노무관리에 대한 노동계 인사들의 의견을 모아봤습니다.

“쿠팡은 노조에 매우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반노조적 행위들이 도를 넘고 있다” - 박소영 공인노무사
“쿠팡의 노무관리는 상당히 비인간적이고 가려진 게 많다” - 권영국 쿠팡대책위 상임대표
"쿠팡의 성공은 쿠팡 원하청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의 결과이자 피땀어린 성과였던 만큼, 더 이상 쿠팡이 반노동 기업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 쿠팡 물류-배송-배달 3개 노조 공동 기자회견문(2022년 9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