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물류센터에서 일한다는 것

폭염 속 물류센터에서 일한다는 것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TV뉴스에서는 ‘찜통 더위’나 ‘가마솥 더위’라는 표현을 사용하던데, 구독자 여러분은 더위에 어떻게 대처하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지난 2주 동안 the삶은 올 여름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서브허브 등 노동자들이 일하는 장소가 어떨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찾아봤어요. 매년 여름 쿠팡에서는 노동자가 쓰러지거나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례가 나왔고, 냉방장치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올해는 조금 다를까요? the삶이 언론과 SNS에서 발견한 생생한 증언들을 공유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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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인천일보의 홍ㅇㅇ 기자님이 쿠팡CLS의 인천3캠프에 직접 가보고 기사를 썼어요. 인천의 최고기온이 영상 35.6도까지 치솟았던 날이에요. 기사에 따르면 그날 인천3캠프의 노동 환경은…

  • 업무 시작 10분 - 노동자들의 이마에 “땀이 한가득” 맺혔어요. 캠프 내부 온도는 시간이 갈수록 올라가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지만, “천장에 있는 10개가량의 대형 실링팬은 시원한 바람을 불어다 주진 않았다”고 합니다.
  • 오후 2시 - 내부는 “속옷이 젖을 정도로” 무더웠고 현기증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해요. 하지만 “관리감독자들의 날 선 감시 속에 물 한 모금조차 눈치가 보였다”고 합니다.
  • 휴게시간 - 폭염 속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휴게시간은 “총 70분”이었어요. 그런데 사실은 10분입니다. 원래 60분인 점심시간을 둘로 쪼개 30분씩 쉬게 했으니 이건 점심시간이라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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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삶의 생각 - 캠프에서는 물건을 운반하고 분류하는 작업이 계속 이뤄지는데, 대형 실링팬으로는 노동자의 땀을 식혀주는 데 한계가 있겠죠. 게다가 폭염 시기 휴게시간도 정상적으로 주어지지 않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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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김주영 의원, 문진석 의원 등이 서울 양재동의 쿠팡CLS 서브허브를 방문했어요. 쿠팡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때 ‘차폐식 대형 냉방구역’의 온도는 “20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모범적인 사례”라며 칭송했고,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등이 쿠팡의 홍보 내용을 거의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23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보여주기식 연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의원들이 방문한 곳은 냉방이 갖춰진 일부 공간이며, 길 건너 상차장에서는 여전히 분류작업이 폭염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미디어오늘은 다음과 같은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을 소개했습니다.

  • 여주센터엔 현장 물류 노동자들의 업무 공간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다.
  • 인천4센터엔 노동자들이 일하는 5개 층 가운데 한 층만 에어컨이 설치됐다.
  • 대구1·2센터에는 현장 노동자들이 일하는 1·3·5·7층 공간에 에어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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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삶의 생각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쿠팡과 사전 약속하고 쿠팡에서 정해준 장소만 방문했을 텐데, 다른 센터나 캠프에는 그런 냉방시설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정말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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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SNS에서 발견한 이야기들입니다.

5월 15일, 스레드

“아직 여름도 시작전”인 5월 중순에, 쿠팡 배송캠프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덥고 습한 작업 환경에 쓰러졌습니다.

6월 22일, 스레드

작업장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은 생산 속도의 압박 속에서 물을 마시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일터에 생수는 준비되어 있지만, 라인의 속도에 업무 속도를 기계적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7월 6일, X

선풍기 앞에서 10초 정도 바람 쐬다가 관리자에게 저지당했다는 경험담도 보입니다.

7월 11일, 스레드

쿠팡 허브에서 하루 일하고 나서 “절대 가지 마라”고도 합니다. 내용을 다 소개하진 못하지만 이 포스트에도 공감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습니다.

6월 18일 스레드

야간에 쿠팡에서 일하고 돌아온 분 같네요. “정상인이 할 수 있는 노동량이 아니”라는 말로, 노동 강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7월 9일, X

쿠팡물류센터에 에어컨이 없다는 증언. ‘온열대책’인 아이스크림 사진을 찍어 올렸네요. 이 포스트는 1만회 넘게 리트윗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트를 리트윗을 하면서 쿠팡에서 일했던 자신의 경험담도 풀어냈습니다.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7월9일(수)의 폭염은 7월11일(금)까지 전국적으로 이어졌습니다.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쿠팡 노동환경에 대한 토로가 또다시 터져나왔네요.

7월 11일, 스레드

물류센터의 노동 강도를 생각하면 폭염 시기 휴게시간은 당연히 부여해야 하는 것인데, 이 포스트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사람이 쓰러지고 나서야 노동자들에게 두 번의 휴게시간을 주었다고 증언합니다.

이 포스트에도 분노의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여기서 더 분노를 일으키는 포스트가 같은 날 X에 올라왔습니다.

7월 11일, X

‘음용금지’ 치사하네요! 상하차와 허브 작업은 여름이 특히 힘들다는 포스트로 SNS 증언들은 마무리할게요.

7월 11일, 스레드

🔍아마존에도 노동자 온열질환 문제가 있을까?

  • 네, 있습니다.
출처: DailyBeast
  • 아마존에서 일해본 노동자들은 “하루 10~12시간 동안 땀을 흘리면서 일하며”, “사람들이 더위 때문에 쓰러진 적이 있다”고 증언합니다. 그런데도 물을 마시기 위해 작업대에서 벗어나면 TOT(작업 이탈 시간)으로 기록된다고 하네요.
  • 뉴저지 웨스트 뎁트포드(West Deptford)의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어느 노동조합 활동가가 직접 온도계를 사용해 측정한 결과, 무거운 상자를 드는 트레일러의 내부 온도가 섭씨 33.3도였고 건물 내 다른 구역은 섭씨 28.3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 2022년 프라임 데이(Prime Day) 기간에 뉴저지주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모타 프리아스라는 노동자가 사망한 사례가 있습니다. 동료들은 그가 과로 상태였고 더위에 지나치게 노출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존측은 이 노동자의 사망이 개인적인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2023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가너의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노동자 2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때는 겨울이었는데도 노동자들은 물류창고 온도가 지나치게 높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아마존은 노동자들의 주장을 부정했으나, 나중에 대형 상업용 선풍기 약 80대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늘도 전국적으로 폭염경보가 발표 중이네요. 하루에도 몇 통씩 무더운 날씨 속에서 온열질환 예방 등 건강 관리에 유의하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옵니다. 폭염에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관리 역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