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파업한 이야기

8월의 타는 듯한 더위 속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폭염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하루파업을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the삶도 함께 했던 하루 파업 결의대회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파업한 이야기

8월 1일과 15일, 쿠팡물류센터지회가 두 번의 하루파업을 진행했습니다. 휴게시간 보장, 에어컨 및 휴게공간 확충, 청문회 약속 이행, 노조할 권리 보장, 임금 대폭 인상 등이 요구사항이었죠. 잠실의 쿠팡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하면서 두 차례의 파업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또 쿠팡대책위와 시민사회 주도로 8월 14일 ‘택배없는 날’을 ‘로켓배송 없는 날’로 선포하고 기자회견, 신문광고, 1인시위 등의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참여한 두 차례의 결의대회 현장 모습을 전해드립니다📢

8/1 하루파업 결의대회, “더워서 쓰러진다, 모든 센터 모든 작업장에 에어컨을 설치하라!”

쿠팡 본사 앞에 게시된 현수막. ‘너무 더워서 일 못 하겠다!’는 구호가 보입니다. ⓒthe삶
8월 1일, 파업결의대회에 모인 쿠팡물류센터 노동자와 연대 시민들의 모습. ⓒthe삶

올 여름의 폭염은 길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힘들 정도인데, 쿠팡은 물류센터에 냉방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이 노동조합과 언론, 국회 청문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지면서,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폭염대책 마련을 내걸고 진행한 이번 파업은 많은 지지와 응원을 받았어요! (아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파업 뉴스에 달린 댓글 일부입니다)

쿠팡은 하루파업 당일 출근하는 노동자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출근을 독려했습니다.

노조가 파업한다고 하니, 쿠팡 로켓배송을 멈추겠다고 하니, 두려웠나 봅니다. 어제 난리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곳곳에서 오늘 출근하면 7만원, 8만원, 10만원까지 인센티브 준다고 문자가 왔다고 합니다.
- 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

1일 결의대회 자리에서는 돈으로 파업을 무력화하려고 하는 쿠팡에 대한 규탄과 함께 국회 청문회 때의 약속을 지키고 폭염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참가자들은 “더워서 쓰러진다, 모든 센터 모든 작업장에 에어컨을 설치하라!”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어요.

결의대회에서 발언 중인 정동헌 쿠팡물류센터 지회 지회장. ⓒthe삶
지난 1월, 국회 쿠팡 청문회 이후 반년이 지났습니다. 휴대폰 반입, 조속한 단협 체결, 현장 개선 등 대표이사들의 약속은 현장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체감온도 30도가 훌쩍 넘는 현장은 여전히 찜통입니다. 그나마 산업안전보건규칙이 개정되어 휴게시간 부여가 법적 의무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지 않으면 추가 휴게시간은 부여되지 않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폭염과 온열질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 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
20분씩 쉰다고 우리의 건강이 보장되겠습니까? 에어컨이 설치되어야 합니다.
- 민병조 물류센터지부 지부장

인천4센터에서 일하는 이종현 부분회장은 2021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후에 현장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노동조합 설립 첫해에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이 지급되었고, 2년 전 하루파업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자 1층에 에어컨이 설치되었다고 해요. 그러나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면 아직 바뀌어야 할 것이 많죠.

여름이면 이곳(메자닌 구조로 된 곳)의 선반존 재고 조사를 해야 하는데 그 열기가 정말 숨이 막힐 정도입니다. 냉방장치라고는 선풍기뿐입니다. 최근 체감온도 33~35도를 경신했는데, 작업장 내부가 워낙 뜨거워 선풍기 바람이 고통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렇게 매년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버티고 있는 현실을 하루빨리 바꿔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종현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분회 부분회장
8월 1일 결의대회에서 노래와 율동을 함께하는 참가자들의 모습. ⓒthe삶

8/15 하루파업 결의대회,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사회”

1일과 15일 사이에 쿠팡 노사의 교섭이 열렸습니다. 4년째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교섭 자리가 마련된 것은 좋은 소식이어야 했으나… 쿠팡 사측은 이번에도 사측 안을 가져오지 않고 지회의 요구안에 대한 설명을 추가로 요구하며 시간만 채우는 전술(?)을 구사했다고 합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단체협약 요구안을 대폭 줄였지만 쿠팡은 요구안을 줄인 이유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또다시 시간을 끌었습니다. 노조의 요구안은 너무나 절박하지만 동시에 정당하고 소박합니다. 에어컨 설치, 휴게시간 보장, 노조할 권리 보장입니다. 쿠팡은 이 요구에 대한 어떠한 회사 안도 가져오지 않은 채 결국 교섭이 결렬에 이르렀습니다. 이게 쿠팡이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 최효 쿠팡물류센터지회 사무장

쿠팡 노동자들은 2주간 본사 앞에서 농성하면서 농성장 앞 칠판에 현장 온습도를 기록했습니다. 본사 직원들은 그 칠판을 예의주시하며 사진을 찍어갔지만, 거기까지 였고 현장 개선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는 동안 ‘쿠팡물류센터에서는 온도계가 에어컨을 쐰다’는 기막힌 사실이 폭로되고 세간의 화제가 되었지요.

쿠팡 대구2센터 물류현장의 에어컨 송풍기가 작업현장 온도 측정용으로 설치된 온습도계를 향해 방향이 틀어져 있다.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의 발언을 직접 들어보니 쿠팡물류센터의 폭염 노무관리는 정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대구센터에서 9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처럼 황당한 경험은 처음 해봅니다. 저희 사원들이 민원을 제기해주셨는데, '온도계가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호강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근무시간 중 1.5층에 가서 확인하니 그 근처 온도계들은 이미 35도인데 에어컨 밑 온도계는 24도였습니다. 바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으려는 꼼수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7월 한달 간 33도가 넘은 횟수가 굉장히 많았음에도 휴식시간을 단 한 차례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제기를 하려하자 매니저가 근무지 이탈로 사실관계 확인서 작성을 요청하여, 이를 거부하고 서부지청에 신고를 넣어 현재 3차례 실사가 나온 상황입니다. 현재는 사원들이 휴게시간을 받고 있습니다.
- 김정옥 쿠팡물류센터지회 대구분회 여성부장
이 꼼수는 비단 한 센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탄센터 1.5층에서도 온습도계가 시원한 곳에 비치되어 있어서 폭염 휴게시간을 부여받지 못한 간접, 워터 노동자들이 조퇴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1.5층 관리자는 그 조퇴서를 갈가리 찢어버렸다고 합니다. 인천4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어컨이 있는 현장 휴게실 근처에 온습도계를 둬서 실제 작업공간보다 2도나 낮게 기록되어 휴게시간이 축소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이 항의하자 쿠팡 인천4센터는 오히려 온도가 높게 측정되는 온습도계를 철거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8월 3일 대구 2센터 7층의 온도는 37.5도였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갔습니다. 제보되지 않은 사고는 더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 이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매일매일 반복되고 있습니다.
- 최효 쿠팡물류센터지회 사무장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애숙 여주분회장은 “매년 더 뜨거워지는 기후변화에 작업장은 아무런 대비가 없었다”면서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들려줬습니다.

여주 센터는 반품센터입니다. 저희 전 공정에 에어컨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좁은 작업대는 닭장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천장 실링팬 몇 대와 개인 지급된 선풍기로 뜨거운 바람만 순환되고 있습니다. 공기의 질이 나빠져 피로감을 더 많이 느끼면서 작업을 합니다. 무급으로 주는 점심시간도 45분입니다. 나머지 15분은 3시 20분에 쉬라고 줍니다. 쿨존이라고 쉬러 가지만 좁아서 다들 서서 쉽니다. 쿨존 의자에 서로 앉기 위해 또 뜁니다. 관리자는 뛰지 말라고 하고 반복의 악순환이 계속, 매일매일 진행됩니다.
- 정애숙 쿠팡물류센터지회 여주분회장
최효 사무장과 정애숙 여주분회장. ⓒ쿠팡물류센터지회
현장 노동자들은 시간당 50개의 수량을 뽑아내야 합니다. 반품된 상품을 검수하고 포장까지 하는 게 한 시간에 50개입니다. 화장실도 못 가고, 시원한 물 한 모금도 이따 마시자는 식으로 수량에 미쳐가고 있습니다. 관리자들은 현장을 돌면서 ‘사원님이 평균 수량을 다 깎아먹고 있다’고, ‘더 분발하라’고, ‘수량이 처지면 다른 사원들에게 민폐’라고, ‘다른 공정으로 보내겠다’고 (합니다). 이런 말을 듣고 창피한 마음에 주눅이 들어 우는 사원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여주센터는 계약직 사물함은 많이 비어 있고 단기직 사물함은 일부 부족한 현상이 매일입니다.
- 정애숙 쿠팡물류센터지회 여주분회장

정 분회장은 쿠팡물류센터 관리자들의 횡포 때문에 “몸이 힘든 건 참고 일하겠는데 마음이 힘든 건 못 견디겠다”며 그만둔 동료가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쿠팡물류센터에는 에어컨도 없고 휴게시간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도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 없는 듯 합니다.

결의대회에 참가한 노동자와 시민들의 요구는 그저 로켓배송의 하루 중단이나 에어컨 설치에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쿠팡은 단순히 상품과 음식을 배달하는 회사가 아니라 미디어와 스포츠, 모든 소비와 문화를 장악한 쿠팡 제국이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쿠팡에서 일하다 죽어간 노동자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매년 가족이 붙여준 쿠팡 노동자들의 진짜 이름과 얼굴을 장례식장에서 마주합니다. 2020년 장덕준. 2024년 정슬기, 김명진. 2025년 김용진. 죽어야만 알려지는 쿠팡 노동자의 진짜 이름과 얼굴은 야간노동, 장시간 노동, 과로사였습니다.
-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사회”를 이야기했습니다. 온 사회가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기 때문에 쿠팡 로켓배송이 이윤을 쌓을 수 있는 조건 자체를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물류센터 현장의 변화를 통해 사회 전체의 변화를 꿈꾸는 분들입니다. 이들의 꿈이 우리 모두의 꿈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들의 용기 있는 여정에 the삶도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로켓배송 얼음’을 깨는 상징의식. ⓒ쿠팡물류센터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