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참았다… 대리운전 노동자들

그동안 너무 참았다… 대리운전 노동자들

연말이지만 요즘도 노동 현안이 참 많습니다. 오늘 33레터에서는 플랫폼 노동 중에서도 대리운전을 한번 다뤄보려고 합니다.

플랫폼이 진입한 업종 중에서도 대리운전은 특히 노동 착취가 심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나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 구조는 잘 보이지 않아요. 대체 뭐가 대리운전 노동자(이하 대리기사)를 괴롭히는지, 최대한 쉽게 풀어볼게요!

👀 배경지식 쌓기

#28만명

대리기사의 수는 전국적으로 28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중 대리운전이 본업인 노동자가 10만여 명.

#10시간

주말을 포함한 주당 근로일수는 평균 6일 가량. 보통은 하루 10시간 정도 노동을 합니다. 그러나 플랫폼은 딱 운행한 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합니다. 콜을 잡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 고객의 위치로 이동하는 시간, 콜을 수행한 후 복귀하는 시간은 책임지지 않는 거죠.

#카카오

대리기사님들이 사용하는 앱은 카카오T대리기사, 콜마너(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 로지소프트(티맵모빌리티가 인수) 등이 있습니다.

대리운전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에요. 전화대리 중 1577-1577로 유명한 케이드라이브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로 편입된 상태고요.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캡쳐)

#위탁계약 #근로자성 #📝

운전자는 콜 수수료와 보험 가입수수료 등을 업체에 선납하는 방식으로 대리운전업체와 용역계약(위탁계약)을 체결합니다.

플랫폼은 “우리는 중개만 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대리기사들이 콜을 자유롭게 선택 또는 거절할 수 있느냐를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그래서 대리기사의 근로자성은 계속해서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야간노동 #🌙

대리운전은 야간노동이 많고 밤 9시~새벽 1시 정도가 피크타임입니다. 보통 오후 8시쯤 출근했다가 새벽 첫차를 타고 귀가합니다.

🔎 깊이 들어가기

대체 무엇이 대리기사를 괴롭히고 노동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 매년 1천명 넘는 대리기사들이 길에서 일하다 다친다.

최근 대전에서 30대 만취한 고객이 대리기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너무나 끔찍했죠. 그런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플랫폼노동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단순히 술 취한 흉악범의 문제가 아니며 구조적인 원인을 같이 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선 대리운전 노동자의 산재신청 및 승인 현황을 한번 볼까요?

*2025년 추정치 값은 8월까지의 통계를 기반으로 추정

2022년까지 대리운전 노동자의 산재 신청과 승인이 거의 없다가, 2023년부터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1일부터 노무제공자의 '전속성' 기준이 폐지되면서 산재보험 가입자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산재 신청조차 못했기 때문에 수치 확인도 되지 않다가, 2023년 이후에야 대리기사 재해가 비로소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5년 한 해의 산재 건수도 2024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대리기사의 안전을 보호하는 시스템은 없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에 발표한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약 68%가 대리운전 중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욕설·위협·괴롭힘은 무려 97.1%에 달했고, 신체적 폭행도 20.9%나 되었습니다. ‘성희롱 및 성추행’피해를 경험한 응답자도 9.2%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60%가 성희롱 및 성추행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리기사는 고객이 욕설이나 신체적 폭력을 행사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어떤 보호를 요청할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한 대전 사건에서 60대 대리기사는 왜 차량을 벗어나 달아나지 못했는지 생각해볼까요?

☑️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나려 고객 차량을 이탈하면 → 음주운전 방조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위험을 느끼고 작업을 중지(대리운전 거부)하면 → 플랫폼에서 ‘고객과 분쟁을 일으킨 문제기사’로 분류되어 불이익을 받았을 겁니다. 앞으로 배차가 제한될 수 있는 거죠.

대리기사에게 콜 배정(배차)은 곧 일감이고 생계인데, 배차 제한은 일시적일지라도 생계 수단이 끊기는 게 됩니다. 결국, 아무리 위협을 느껴도 대리기사가 고객을 거부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막강한 통제 수단을 가지고 있음에도 플랫폼과 앱은 항상 “우리는 중개만 한다”면서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일한다고 주장합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그러면 대리기사가 SOS 요청을 하거나 지자체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있을까요? 그런 것도 없다고 합니다.

플랫폼 노동자는 모든 권리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중대재해법도 작동되지 않는다. 취객을 상대하는데도 감정노동자로 보호되지 않고, 맞아죽을 위험에 처해도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없다. 직장내괴롭힘 조항도 플랫폼 노동자만 피해간다.
- 2025년 12월 1일,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성명 중에서

그렇습니다. 대리기사에게는 ▲작업중지권도 없고 ▲산업안전보건법도 적용 안 되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적용할 수 없고 ▲심야 이동에 대한 보호도 없고 ▲감정노동 보호도 없고 ▲최저임금이나 안전운임제는 더더욱 없습니다.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거나 다름없어요.

반대로 플랫폼은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라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정부도 ‘전속성’ 같은 낡은 기준을 들이대며 문제를 회피합니다. 이렇다 보니 아직 실질적인 폭력 재발방지 대책조차 나오지 않고 있어요.

대리기사가 산재보험 적용을 받기 시작한지 이제 겨우 2년인데 전체 업종 중 top10안에 가볍게 안착하더니 곧 1위 자리를 넘볼 정도로 수많은 사고가 있습니다. 산재처리를 해주는 게 좋은 게 아니고 산재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
- 이광원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대전지부장, 2025년 12월 2일 대리운전노조 기자회견에서

3. 플랫폼 업체가 뜯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

다음으로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임금 문제를 이야기해 볼게요.

대리운전은 업체가 뜯어가는 기본 수수료(콜 알선 수수료)가 일단 20%선으로 정말 높아요. 그밖에도 항목별로 수수료가 있고, 앱마다 사용료를 따로따로 받아갑니다. 대리기사들은 “ATM이 된 기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4만원 벌러 새벽 대리운전 나갔다가 참변” 어느 방송사의 보도 제목입니다. 사건 당시 대리운전 콜이 4만원짜리였다는 거죠. 하지만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 대리기사님은 설령 돌아가시지 않았어도 4만원을 벌 수 없었다고 합니다.

  • 4만원의 20%인 8,000원 정도를 배차 수수료로 냈을 거고요.
  • 보험료와 관리비, 프로그램비, 유료배차권 구입비 등의 각종 비용이 들었겠죠.
  • 그리고 살인자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했을 수도 있습니다.
  •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2만원이 될까말까 했을 겁니다.

플랫폼과 업체들이 대리기사 주머니에서 어떤 명목들로 돈을 뜯어가는지 살펴볼까요?

콜 알선 수수료

대리기사는 대리운전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프로그램에 뜨는 콜 정보를 확인해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면 대리운전 업체는 대리운전 요금에서 수수료와 건당 보험료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기사에게 지급해요.

대리운전콜 알선 수수료는 건당 일정 비율로 납부하는 경우가 보통이에요. 수수료율은 업체별로 다른데 20% 미만인 곳도 있고, 40%에 이르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에 발표한 대리기사 설문조사에서는 알선 수수료율이 평균 21.4%로 나타났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의 가맹 기사 수수료가 3~4%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리기사 콜 수수료 20%는 과도한 게 아닐까요?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프로그램 사용료

2020년 국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리기사는 1인당 평균 3.0개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프로그램 사용료는 1개월에 15,000~20,000원 수준입니다. 1인당 평균 프로그램 사용료로 38,000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요.

대리기사의 생계는 그날 수행하는 콜 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콜을 잘 잡으려면 복수의 업체에 가입하고 복수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됩니다.

보험료

대리기사들은 사용하는 회사마다 보험을 따로 가입합니다. 그런데 대리기사가 두 개의 업체에 소속돼 있으면 같은 보험사라도 이중으로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중복가입 부담 역시 대리기사를 힘들게 합니다.

2020년 국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리기사의 96.8%가 대리운전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며, 1인당 평균 118,000원의 대리운전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었어요.

관리비

대리운전 업체들은 수수료와 프로그램 사용료 외에 대리기사에게 매달 1만5000원~3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떼어갑니다. ‘출근 관리비’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업체는 대체 무엇을 관리하는 비용인지 알려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업체들의 이런 행위를 규제하는 법도 없어요. 근본적으로는 대리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자영업자로 취급해서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지난 9월 18일, 서울 티맵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개최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의 기자회견 장면. ⓒ전국대리운전노조

상조비

일부 대리운전 업체는 대리기사들에게 매일 또는 매월 일정 금액을 상조비 명목으로 징수하고 있어요. 상조비도 운영이 매우 불투명하죠. 어떤 업체는 경조사비 사용내역 공개를 요구한 기사를 해고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어요.

유료배차권(?)

심지어 콜 유료배차권을 팔기도 합니다. 로지소프트의 경우 올인원 안심서비스, 콜마너의 경우 케어플러스라는 서비스를 대리기사에게 판매하면서 1만5000원~2만5000원을 받아요.

그런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콜이 몇 초 늦게 뜨기 때문에 배차를 받기가 극도로 어려워져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강매”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대리기사가 한 달 동안 일을 하는 데 들어가는 ‘소요 비용’은 앱과 프로그램 사용료, 콜 알선 수수료, 보험료, 통신비와 이동비용, 식대 등을 합쳐 월 50~60만원 정도였습니다(국토부 실태조사 결과). 물가 상승분을 생각하면 지금은 소요 비용이 더 높겠지요.

대리기사님들이 ‘그동안 참았던 것들’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등급제도 문제고, 운행 후 복귀 지원이나 쉼터도 부족하고,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레터에서 다 다루기는 어려우니 다음 기회에 더 소개할게요🙏

the삶의 질문
🆀 이번에 대전에서 사망한 대리기사에게 플랫폼사는 사과나 배상을 했을까요?
🅐 사과나 배상은 안 했습니다. 유감 표명도 없었고요. 중개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이런 경우에 플랫폼이 배상한 선례가 전혀 없습니다. (답변: 이창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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