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참으래요” — 대리기사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

“그냥 참으래요” — 대리기사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

대리운전은 사적 공간인 고객 차량을 방문해서 이뤄지는 노동인 동시에 목적지가 있는 ‘이동 노동’입니다.

대리운전 노동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보자는 의미에서, 오늘은 ‘고객’의 입장이 되어서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물어봅니다. 대리운전 경력 12년인 이창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님과 대리운전 경력 11년인 이필기 기사님의 친절한 답변을 같이 들어봐요!

Q. 대리기사님들이 콜을 잡았다 취소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요, 그 이면에는 어떤 사정이 있을까요?

🚗이창배 위원장(이하 창): 빠른 속도로 콜을 잡아야 해서 그렇습니다. 폰의 수락 버튼 있는 곳을 무조건 반복해서 누르다가 콜을 잡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필기 대리기사(이하 필): 처음에는 대략의 주소만 보이고, 클릭을 해야 상세한 주소가 보이거든요. 콜을 잡았다가 보니 목적지가 예상과 너무 다른 거죠. 외진 곳인데 가격이 형편없이 낮으면 취소를 하게 되는데, 그것도 취소 1회로 집계됩니다. 취소가 누적되면 계정을 정지시켜 버려요.

🚗창: 위치가 괜찮아서 잡았는데 고객이 통화 중에 반말을 한다거나, 욕설을 하거나, 10분 걸린다고 했는데 5분쯤 후에 전화해서 왜 안 오느냐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운행했다가는 피곤해지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콜을 취소하기도 하죠. 때로는 출발지에 도착했더니 고객이 없는 경우가 있어요. 여기저기서 기사를 호출한 다음에 먼저 온 기사와 함께 떠나버린 거죠.

🚙필: 고객이 여기저기 주문해서 다른 기사랑 가버리는 경우, 지금 이동 중인 기사한테는 오지 말라고 연락을 해주면 되잖아요. 그런데 연락도 안 하고, 대리기사가 출발지에 도착해서 전화해도 안 받는 거죠. 그럴 땐 취소 수수료나 대기 수수료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니 모두 대리기사가 부담하고 있어요.

🚗창: 대리기사가 출발지에 도착했는데 고객이 “차는 어디에 있어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취 상태에서 대리 호출을 해놓고 택시를 부른 걸로 착각한 거죠. 하하. 그럴 때 어떤 고객은 예의상 미안하다면서 5000원이나 10000원을 주지만 어떤 고객은 미안하다는 말조차 없어요.

노쇼에 대한 보상은 있어야 합니다. 고객 과실인 경우는 고객이 보상하고 업체 과실인 경우는 업체가 보상해야겠죠. 지금은 공짜 노동을 하고 있어요.

Q. 대리기사 입장에서 최악의 고객은 어떤 사람인가요?

🚙필: 요금을 내지 않으려는 고객이죠. 서비스가 별로였다느니 하면서 자꾸 시비를 걸어서 다툼을 유도합니다. 경찰이 와도 요즘을 안 내려고 해요. 경찰이 ‘고객님이 여기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셨으니 당연히 돈을 주셔야 한다’고 말은 하죠. 그래도 불만이 많아서 못 준다고 버팁니다. 그럴 때 형사고소는 성립이 안 되고 민사소송으로 가야 하는데, 몇 만원 받아내려고 민사소송까지 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제가 11년 일했는데 그런 경우가 2번 있었습니다.

🚗창: 최악은 폭언, 폭행, 모욕하는 사람입니다. 은근한 괴롭힘도 있어요. 출발할 때부터 “왜 차가 덜컹거리냐”, “왜 운전을 이 따위로 하느냐”고 따진다거나, 더 효율적인 경로가 있는데 자기만이 다니는 길로 가달라고 한다거나.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길을 찾아갈 수 있는데 뒤에서 “좌회전”, “우회전”, “1차선으로 붙으세요”라고 계속 지시하는 분도 있어요. 상당히 불편하죠.

🚙필: 나이도 어린데 반말을 사용하고, 조수석에서 양해의 말도 없이 담배를 피우는 고객도 만나봤습니다. 또 주차할 때 완전히 자로 잰 듯 라인에 맞추기를 요구하면서 몇 번이고 다시 대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요.

🚗창: 성희롱과 성추행을 하거나 폭력을 쓰는 경우가 정말 심각합니다. 취한 상태로 자기 차를 주먹으로 쳐서 부수고, 핸드폰을 조수석 앞유리에 집어던지고, 지인이랑 통화하다가 격분해서 숨겨놓았던 흉기를 찾는 사람도 만나봤어요. 차안에서 부부싸움을 하는데 여성분이 주행 중에 문 열고 내리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럴 땐 신경이 곤두서고 너무 무섭죠. 그런데 이런 고객들도 경찰이 오면 갑자기 존댓말을 쓰기 시작해요.

2024년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대리운전 중 피해 경험이 있는 대리운전자의 피해 유형을 조사한 결과, ‘신체적 폭행 및 구타’가 96.5%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욕설 등 위협과 괴롭힘’, ‘성희롱’, ‘성추행’ 순이었습니다. 출처: 한국교통안전공단-서울시립대학교, 「대리운전 산업의 안정화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 2024년 10월.

Q.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리운전 플랫폼은 어떤 조치를 취하나요?

🚗창: 최소한 폭행을 저지르는 고객은 차단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정도 수준의 보호도 없습니다. 성추행이나 폭력 사건이 일어났다고 알려도 업체들은 ‘그런 일이 있었냐, 속상하셨겠다, 술취한 고객이니 참으시라’는 정도입니다. 업체에서 뭘 도와주거나 하는 게 없고 알아서 참으라는 거예요.

폭력사태가 발생해도 업체에서는 아무런 책임을 안 지니까 개인과 개인의 관계로 남습니다.

🚙필: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부당하게 요금을 못 받았을 경우, 업체 콜센터는 요금을 받도록 도와주는 게 아니라 책임을 기사에게 떠넘깁니다. 그러면서 수수료 20%를 받아가요. 예컨대 3만원의 요금을 못 받은 경우 그 20%인 6000원의 수수료는 이미 업체가 가져간 거죠. 그 6000원을 반환받기도 힘들어요. 기사님들이 스트레스가 큽니다.

🚗창: 보험사기도 있어요. 자기만 아는, 턱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해서 차가 긁히도록 만들고 나서 “기사님, 자부담금 나오니까 그냥 합의 봅시다. 50만원 주시면 현금으로 고칠게요"라고 해요. 그러면 50만원을 그냥 뜯기는 겁니다. 아니면 실제로 차체 손상이 발견되는데 양쪽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어요. 고객은 대리기사가 차를 손상시켰다고 우기는데 CCTV도 없고 블랙박스도 없대요. 증거가 없고 주장만 있는데도 플랫폼이나 대리업체는 고객 편을 들면서 보험 처리를 강요해요.

보험사기 같은 것은 반복되는 패턴이 확인될 테니 카카오, 티맵 같은 플랫폼이 고발을 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야 맞습니다. 사업상 불리할까봐 덮으려고만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필: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 문제를 업체에 얘기하면 ‘취한 고객은 그럴 수 있다’면서 무심하게 반응합니다. 반대로 고객이 항의전화를 하면 실제로는 없었던 일인데도 대리기사에게 불이익이 옵니다. 영업을 위해 항상 고객 편을 드는 거죠.

만약 대리기사가 업체에 항의를 하면 협력사 수십 곳에 그 기사의 정보를 공유해서 콜을 주지 말라고 해요. 이런 식이니 억울한 일이 있어도 대리기사들은 되도록 참게 됩니다. 분통이 터지죠.

객관적인 제3자가 판단하는 장치가 필요해요. 그리고 감정노동 보호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Q. 고마운 고객이 있었다면 어떤 분들인가요?

🚙필: 수고했다거나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만 해주셔도 고마운 고객입니다. 비 오는 날 ‘우산 있느냐’고 먼저 물어보고 우산을 챙겨주는 분들도 있어요.

🚗창: 저의 경우 서비스를 제공할 때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편안하게, 사고 없이 고객을 목적지까지 모시는 거죠. 시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으면 제가 브레이크를 많이 잡더라도 손님 입장에서 통행료가 적은 길을 선택합니다. 그렇게 편안하게 운행해드린 경우 고객이 주무시는 경우가 많아요. 급정차, 급가속 없이 편안하게 왔다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고객들이 저도 고맙죠. 90퍼센트 정도는 수고하셨다는 말을 해주십니다.

Q. 고객 개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책임이죠. 그럼,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요?

🚙필: 대기업인 카카오나 티맵의 경우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아주 적은 인력으로 사업을 하는데 현장에서 일하는 대리기사들에게 수수료 20%를 받아갑니다. 다른 어떤 업종에도 20%라는 고율의 수수료는 본 적이 없어요. 우선 과도한 수수료율을 낮춰야 합니다.

또 하나, 카카오나 티맵이 매년 대리운전 사업으로 큰돈을 벌면서도 대리기사들의 산업안전을 위한 조치나 투자는 하지 않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후에 재해 처리는 둘째 문제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구해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요. 돈만 벌어가고 다른 모든 건 대리기사 책임으로 돌리는데, 도덕적으로 문제 있죠.

산업안전에 대한 책임을 플랫폼이 져야 하고, 그걸 정부가 강제해야 합니다.

🚗창: 회사는 고객을 잃지 않으려고 감정노동과 인내를 강요합니다. 모욕이나 폭언을 참지 못하는 기사는 플랫폼에서 배제 대상이 됩니다. 폭언과 협박으로 더 운행할 수 없어 운행을 중지하면 보호는커녕 징계가 뒤따릅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 호소도 회사는 나 몰라라 합니다.

그동안 대리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프리랜서나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이 차별 없이 노동자로 인정되고 법이 예외 없이 작동된다면 대리기사들이 일터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다치는 일들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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