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에서 ‘괜찮은 노동’ 만들기: 법·제도 업데이트(ILO, 2025-04)
ILO에서 2025년 4월에 발표한 보고서 <플랫폼 경제에서 괜찮은 노동 만들기: 법·제도 업데이트(Decent work in the platform economy: law and practice)>의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ILO(국제노동기구)는 2024년 11월에 보고서 <플랫폼 경제에서 괜찮은 노동 발견하기(Realizing decent work in the platform economy)>를 발간한 데에 이어, 2024년 한해동안 유럽 연합과 멕시코, 싱가포르, 우루과이, 미국에서 플랫폼 경제 종사자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새롭게 채택되거나 개정된 법률 및 정책 동향을 정리해 2025년 4월에 보고서 <플랫폼 경제에서 괜찮은 노동 만들기: 법·제도 업데이트(Decent work in the platform economy: law and practice)>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경제의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만큼,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 분류 기준과 노동 조건 개선 방안 등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the삷에서 ILO 보고서를 읽고 정리했어요!


유럽연합🇪🇺 - 플랫폼 노동 조건 개선 지침 채택
유럽 의회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4년 10월 ‘플랫폼 경제에서의 노동 조건 개선에 관한 지침(Directive on improving working conditions in the platform economy)’을 채택했습니다. 유럽연합의 각 국은 이 지침을 2024년 12월 발표 후부터 2년 이내에 이행해야 해요.
지침의 핵심 목표는 (1)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분류하는 기준을 세우고 (2) 노동 조건과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며, (3) 알고리즘 등 자동화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에 있어요.
⭐️ 핵심 내용
- 고용관계 ‘추정’의 법칙
-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사람이 실제 업무 수행에서 '지시와 통제(direction and control)'를 받고 있으면, 그 사람은 계약 내용과 상관없이 “고용된 것”으로 법적으로 추정됩니다.
- 이건 반박할 수 있는(rebuttable) 추정이긴 하지만, 고용 관계가 아님을 입증하는 책임은 플랫폼 기업이 져야 해요. 즉, 노동자가 직접 “고용 된 상태”임을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통제와 정보 접근
- 플랫폼이 **자동화 시스템(algorithmic management systems)**으로 노동자의 채용, 평가, 임금 등을 결정하는 경우, 플랫폼 기업은 ➤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고 ➤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며 ➤ 그 결과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노동자에게 설명해야 해요.
- 이런 자동화된 결정들이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설명 요청이 들어오면, 플랫폼은 지체 없이 투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을 제공해야 합니다.
- 특정 유형의 민감하거나 불필요한 개인 데이터를 수집 및 사용하는 것 역시 금지합니다. (감정 상태, 정치적 신념, 건강 정보, 노동조합 활동 가능성 등)
- 인간의 개입 보장 (Human oversight)
- 플랫폼에서 계정 정지·삭제·업무 제한·해고 등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반드시 ‘사람(human being)’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 플랫폼 노동자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검토 및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데, 이를 위해 플랫폼 기업은 소통을 전담하는 인간 담당자(human interface)를 지정해야 합니다.
멕시코🇲🇽 - 연방 노동법 개정
멕시코 국회는 2024년 12월 연방 노동법(Fedral Labour Law)에 플랫폼 관련 신규 조항들을 추가하기 위해 개정 법령을 제정했어요. 이 법령을 통해 플랫폼 노동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명확한 고용 분류 기준과 계약 요건, 알고리즘 운영 규칙, 해고 절차 등을 마련했습니다.
⭐️ 핵심 내용
- 플랫폼 노동 정의와 고용 분류
- ‘디지털 플랫폼 노동(digital platform work)’을 노동자가 실제로 특정 장소에 가서(물리적으로 존재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급 활동이라 정의합니다.
-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digital platform worker)’는 아래 기준을 만족해야 해요.
- 플랫폼 기업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 다른 사람(제3자)에게 종속적인(회사의 통제를 받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 여기에 또다른 기준인 ‘소득’도 있습니다. 실제 근무 시간과 관계없이 멕시코시티의 월 최저 임금 이상에 해당하는 순수입을 벌어야 합니다(미달자는 자영업자로 간주되어 개정법에서 정의하는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를 받지 못해요).
- 고용관계는 작업을 수락한 시점부터 완료할 때까지, 즉 ‘실제로 작업한 시간 동안에만’ 성립하고, 30일 이상 작업이 없으면 자동 종료로 간주됩니다.
- 고용관계 은폐 및 회피 금지
- 플랫폼 기업이 민법적 계약, 상업 또는 기타 계약을 통해 고용 관계를 은폐하거나 허위로 표시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 정규직 고용 노동자를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로 전환해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 역시 명시적으로 금지됩니다.
- 계약 체결 및 임금 지급
- 가장 중요한 변화는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노동자와 법적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점인데, 계약 내용은 정부의 노동 화해 및 등록 센터에 승인받은 후 등록해야 합니다
- 계약에는 작업의 종류 및 특성과 수입을 어떻게 결정하고 계산하는지, 플랫폼이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장비/물품, 노동자 관리/감독 방법, 알고리즘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에 대해 자세한 정보가 포함되어야 해요.
-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수행된 작업/서비스 단위로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최소 매주 지급되어야 합니다. 이때 지급액에 대한 영수증도 발급되어야 합니다.
- 알고리즘 운영과 통제
- '알고리즘'을 플랫폼이 노동자를 자동화 또는 유사한 방식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합니다.
-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 사용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공개해야 해요. 여기에는 알고리즘이 활용하는 요소들인, 어떤 기준으로 일감을 배정하거나 차단하는지, 어떤 인센티브나 패널티가 부과되는지, 고객 평점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알고리즘 정책이 변경되면, 즉시 모든 노동자에게 통지해야 하고요.
- 계정 정지·해고 및 불이익 조치 절차
- 계정 정지나 해고 등 플랫폼 접근을 제한하는 결정이 있을 경우, 플랫폼은 노동자에게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기회를 반드시 제공해야 하며, 그 재검토는 “autonomía y autoridad”, 즉 독립성과 권위를 갖춘 인물에 의해 수행되어야 합니다.
- 사전 통지 없이 플랫폼 접근을 제한하거나 종료하는 행위는 무효로 간주됩니다.
- 차별, 폭력, 괴롭힘, 성희롱 등의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불만제기 창구도 구축되어야 합니다.
- 이 외에도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의 개인정보 보호 조치 마련, 사회보장 등록 및 분담금 납부, 직업 교육 및 안전교육 제공, 안전 관련 정보 제공 등의 의무를 가집니다. 특히, 작업 도중 노동자가 심각한 건강·안전 위협을 받아서 서비스를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합니다.
싱가포르🇸🇬 - 플랫폼 노동법 개정
2024년 9월 싱가포르 국회는 ‘플랫폼 노동자법(Platform Workers Act 2024)’를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승차 호출 및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employee)로 간주하지는 않지만 보호가 필요한 플랫폼 노동자(platform worker)로 인정하고, 플랫폼의 관리 통제를 받는 경우 퇴직급여나 산재 보상 등 법적으로 보호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 핵심 내용
- 고용 정의 및 관리 통제 기준
- 플랫폼 노동자(Platform worker)는 다음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플랫폼 운영자(platform operator)와 계약을 맺고
- 라이드 헤일링(ride-hailing, 승차호출) 또는 배달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며
- ‘관리 통제(management control)’를 받습니다.
- 여기에서 관리 통제(management control)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동화된 방식으로 업무를 배정하고 수입 결정
- 특정 앱이나 장비 사용뿐만 아니라 특정 절차 강제
- 서비스 제공 방식에 규칙, 요구사항 등 부과
- 플랫폼 노동자(Platform worker)는 다음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단체행동 및 교섭권 보장
- 플랫폼 노동자들은 ‘Platform Work Associations(PWA)’라는 단체를 설립할 수 있어요.
- 등록된 PWA는 노동조합과 유사한 법적 지위를 가지며, 플랫폼 운영자와 단체협약 체결 및 파업권도 행사 가능합니다.
- 교섭이 결렬되면 노동부가 개입하거나 산업중재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 사회보장 편입
- 플랫폼 노동자도 중앙연금기금(Central Provident Fund, CPF)의 가입 대상이 되었습니다.
- 1995년 이후 출생자는 의무적으로 플랫폼 수입에 대해 CPF를 납부해야 하며, 플랫폼 운영자도 동일한 비율로 기여금(match contribution)을 납부해야 해요.
- 산재 보상 (Work Injury Compensation Act 2019 개정)
- 플랫폼 노동자도 산재 보험 대상에 포함됩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기존 노동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보상금 지급 기준이 적용돼요.
- 보상금 산정 시에는 “고정지출 공제(fixed expenses deduction amount)”라는 개념이 적용됩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소득에서 ‘업무 수행을 위한 지출(예: 교통비, 장비비 등)’을 일정 부분 공제하는 구조입니다.
- 산업안전 및 건강 보호 (Workplace Safety and Health Act 2006 개정)
- 플랫폼 운영자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다음 조치들이 포함됩니다.
-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 장비 사용 시 안전 교육 제공
- 업무 배정 및 서비스 구조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예방
- 응급상황 대응절차 구축
- 플랫폼 운영자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다음 조치들이 포함됩니다.
- 임금 및 기록 관리
- 플랫폼 운영자는 모든 플랫폼 노동자 명단과 과거 기록을 유지해야 하고, 노동청의 수시 감사 및 감독 대상이에요.
- 각 노동자에게는 수행한 과업에 대한 모든 지불 내역이 포함된 급여내역서(earnings slips)를 발급해야 하고, CPF 계산 및 세무 기록도 이에 기반해 이뤄집니다.

우루과이🇺🇾 - 플랫폼 노동자 보호 명문화
2025년 2월 우루과이는 법률 제20.396호를 제정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명문화했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제도적 개입이 시급한 분야”인 배달 서비스와 도시 승객 운송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 핵심 내용
- 정의 및 적용 범위
- “플랫폼 노동자”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배달 및 승객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종속된 관계인지 자영업인지 관계없이 모두 포함해요. 다만, 고용 유형별로 세부 사항들은 달라집니다.
- 종속고용 (dependent worker)
- 로그인 후 대기 시간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하며, 노동시간은 주당 최대 48시간 제한이 있어요.
- 임금은 시급·건당으로 지급받으며, 반드시 법정 최저임금 이상이어야 합니다.
- 자영업 (self-employed worker)
- 별도 근무 시간 제한 및 건당 수입, 임금 보장은 없지만, 플랫폼은 이들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해야하며 사회보장에 편입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해야해요.
- 이들 역시 단체를 구성하거나 플랫폼과 단체협약을 맺을 권리를 가집니다.
- 계약 조건의 투명성
- 플랫폼은 계약조건(terms and conditions)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접근 가능하도록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 변경사항이 있을 경우, 사전에 고지해야 하고 계약에는 면책 조항 또는 권리 제한 조항이 포함되어서는 안 됩니다.
- 자동화 시스템 규제와 통제
- 플랫폼이 노동자의 작업을 감시하거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 다음 내용을 사전에 공개해야 합니다.
-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 어떤 기준(parameter)을 사용해 평가·결정하는지
- 결과가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 계정 정지나 수입 제한 등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 경우, 노동자는 서면 설명을 요청할 수 있고 플랫폼은 이를 인간 책임자(“contact person”)를 통해 제공해야 해요
- 플랫폼이 노동자의 작업을 감시하거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 다음 내용을 사전에 공개해야 합니다.
- 디지털 평판 및 데이터 접근권
- 플랫폼 노동자가 축적한 디지털 평판(digital reputation)을 ‘노동자의 자산(이식 가능한 디지털 자본)’, 즉 개인 자산으로 간주합니다.
- 이에 따라 노동자는 자신의 평가나 점수, 기록 등 자신의 업무 데이터에 대해 접근권을 가지며, 고용 기간 및 고용 종료 후 1년간 열람할 수 있습니다.
- 안전 및 복지 보장
- 플랫폼은 알고리즘이나 운영 방식이 노동자에게 과도한 압박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사전에 위험을 평가하고 조치해야 해요.
-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장비(예: 운송수단, 휴대기기 등)를 제공하고, 복지 서비스(welfare services)를 마련할 의무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