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일까 살짝 걱정되는, 8월의 인사

안녕하세요. (더삶 아니고 독립연구자) 안진이입니다. 무더위에 많이 힘드셨죠?

저는 보통 이 뉴스레터를 미리 조금씩 써놓아서 월말에 부담이 되지 않게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달에는 짬을 내지 못한 채 월말을 맞이해서, 벼락치기로 쓰고 있답니다🤗

먼저 중요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여러분이 후원해 주셨던 ‘더삶’이 공식적으로 해산했습니다. 작은 단체라도 해산하려면 서류 등 준비가 필요해서, 시간이 소요되었네요.

단체 통장에 있던 회비는 규정에 따라 4곳의 타 비영리단체 또는 법인(꿀잠, 쿠팡대책위, 플랫폼노동희망찾기, 디프레임)으로 이전했습니다. 가장 큰 액수를 독립언론 디프레임으로 이전했는데요, 비영리 취지를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잘 사용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저는 당분간 독립연구자로서 시기별로 필요한 활동들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원한다면 다른 직함을 사용할(또는 얻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저의 활동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고 진정으로 만족스러운 직함을 찾지 못한 상태거든요. 그런 뭔가를 찾을 때까지는 이렇게 가보려고요.

그리고 디프레임에서는 제가 ‘연구 파트너’라는, 조금은 가벼운 이름으로 기여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주로 롱폼 콘텐츠를 담당하고요, 여건이 되면 글로벌 인터뷰도 하고 싶어요. 또 후원회원들 전용으로 ‘AI 북클럽’이라는 프로젝트도 구상 중입니다. 구체화되면 다시 소식 전해드릴게요~

포럼 다녀온 이야기

노동안전 단체인 ‘김용균재단’에서 개최한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아는 분들이 준비한 행사기도 했고요. 또 <AI가 노동현장과 노동안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이라서, 안 갈 수가 없었죠😌

기조발제 성격의 강연이 먼저 진행되었고요. 고객센터, 유통, 보건의료 등의 노동 현장에 자동화 기술 및 AI가 도입되고 있는 이야기가 증언 형식으로 공유되었습니다. 현장별로 신기술 도입의 구체적인 양상은 달랐지만, 한국을 포함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기술은 1)기업의 요구에 따라 비용 절감, 특히 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2)현장 노동자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스케치 기사를 참조하세요.

AI 오면 편해진다고? 감시받고, 책임까지 떠안았다
지난 8월 13일에 진행된 김용균 포럼 <AI가 노동현장과 노동안전에 미치는 영향> 에 다녀왔습니다. AI가 실제 한국의 노동현장에 어떻게 도입되고 있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디프레임의 관점으로 포럼의 내용을 풀어봅니다.

그리고 기자회견 다녀온 이야기

얼마 전 인천 석남 물류센터에 큰 화재가 발생한 거, 다들 아시죠? 바로 그 자리에 가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건물에서 화재가 진압된 곳은 초록색으로 둘러져 있었어요.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이번에 “쿠팡에 천운이 따랐다”는 식의 말을 많이 합니다. 처음 화재가 발견된 시각이 마침 근무교대 및 대기 시간이어서, 센터에 근무자들이 거의 없었거든요. 만약 교대 시간이 아니라 근무 중이었다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쿠팡 물류센터가 워낙 거대하고 구조가 복잡해서 노동자들이 비상시에 신속 대피하기가 어렵거든요.

게다가 쿠팡이 고용하는 인원의 절반 이상은 일용직 노동자입니다. 그날 처음 온 사람들도 있고요. 혼자 길을 찾는다는 게 불가능하죠. 더구나 휴대폰 반입도 안 되고, 시계도 하나 없고, 민주적 소통 같은 것은 아예 기대하기 어려운 일터입니다. 평소의 불안정한 고용과 실종된 노동인권이 이렇게 화재 발생시의 ‘안전’과도 연결되는 거죠.

2021년 덕평 물류센터 화재와 마찬가지로, 이번 인천 물류센터 화재 때도 물류센터 내부의 메자닌 구조 때문에 화재가 더 크게 번졌습니다. 비용 효율을 위해 공간을 수직으로 쪼개 상품을 최대한 많이 적재하니, 연기와 열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소방 진입도 어려웠습니다. 이번 화재 때도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분사되었지만, 천장 높이가 10미터인데 적재물이 8미터 높이로 쌓여 있어 물줄기를 가로막았습니다.

이 메자닌 구조는 화재가 빠르게 번진 원인이기도 하지만 폭염 시기 온열질환을 부르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복층 구조를 만들어 놓아 센터 내 환기가 잘 되지 않고, 여름에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메자닌 구조는 오로지 기업의 비용 절감에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이커머스는 매년 성장하는데, 노동자 건강과 안전은 언제까지 후순위로 미뤄져야 할까요?

제가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의 일부입니다. 구조 관련 내용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메자닌 구조와 건축법에 대해 다시 찾아보고 준비했어요.

하늘이 흐렸는데도 낮 기온은 높았던 날이라, 기자회견 중에 정말로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석남 물류센터 몇백 미터 반경에 들어왔을 때부터 목이 칼칼하고 눈이 따가운 것을 느꼈습니다. 기분 탓이었을까요, 아니면 가연성 물질들이 타면서 발생한 매연과 분진이 아직도 그 일대에 남아 떠다니고 있는 걸까요?

많은 생각이 들었던 자리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길게 해봤습니다.

인천 노동계 “반복되는 물류센터 화재, 노동자 피해 쿠팡이 책임져라” - 인천투데이
인천투데이=인투아이(INTO-AI)·장호영 기자|인천 노동계가 잇따라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화재사고와 관련해 노동자 피해에 대한 쿠팡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인터뷰와 칼럼 내보낸 이야기

그리고 8월에는 인터뷰를 2건 내보냈고, 짧은 칼럼을 평소보다 많이 썼습니다. 상당한 시간과 고민을 녹여서 담았지만 발행되고 나서 보면 별것 아닌… (세상 일들이 대부분 그런 거겠죠?)

  • 🎙쿠팡물류센터 산재 유가족 인터뷰
    • 새벽배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1시간에 1번꼴로 마감이 있어요. 100개, 200개, 1000개가 들어와도 다 쳐내야 하는 거죠. 100개 하다가 1000개 못 쳐낼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노동자들은 다음날 출근 보장을 못 받을까 봐 어떻게든 해냅니다. 노동자들은 알지만 소비자들은 잘 몰라요. 새벽 7시 전에 도착해 있는 물건만 보기 때문이죠.
  • 🎙요양보호사 인터뷰
    • 지금도 280만명이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 왜 요양보호사 일을 안 할까요? 노동의 가치에 비해 임금 저평가가 심하고 또 사회적 인식이 따라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격증 취득자만 늘리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고 지금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잘 묶어두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도 자꾸 사람을 떠나보내고 있어요.
  •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가?
    • 굉장히 감정적으로 쓴 칼럼이죠. 일단 속은 시원했다는.
  • ✒️니트족과 노숙자, 영국 청년의 위기
    • 지금 영국은 니트족 청년 100만명! 청년 노숙자 문제도 심각하대요.
  • ✒️테슬라, 돈으로 파업을 끝내다
    • 초국적 테크 자본이 100년 가까이 유지된 스웨덴의 관행을 깨버린 이야기.
  • 🗞️우리는 말(馬)이 아니다
    • 오랜만에 경향신문 지면 획득. 그런데 신문사 논설실은 역시… 제가 보낸 글을 난도질해서 분량을 팍 줄여버리네요. 원글의 맛이 사라져서 아쉬웠어요.

📁 AI 버블이 터지면? 책임은 그들이 져야한다

AI 버블이 터지면? 책임은 그들이 져야한다
‘디프레임 리서치’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는 미국 오픈마켓 연구소에서 발간한 「빅테크 억만장자를 위한 구제금융은 안 된다: AI 버블이 붕괴할 때를 위한 정책」(2026년 5월)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그리고 디프레임! 요즘 ‘AI 버블’ 뉴스가 많이 나오고,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잖아요. 미국의 오픈마켓 연구소에서 발표한 AI 버블 보고서를 소개했어요.(오픈마켓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지마켓 같은 걸 떠올리는 분들이 많다는데, 미국에서는 이게 반독점이랍니다^^)


이번달에는 매일노동뉴스에 국제/국내 칼럼을 여러 편 기고했기 때문에 건수가 많았습니다. 그밖에도 제 이름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펀딩 상세페이지 등 여러 작업에 참여했고요.

아무래도 이번달은 양으로 승부한 것 같네요! 여러분이 보내주신 후원+응원에 보답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결과물을 양으로 쏟아내다 보니 나중에는 부작용도 생기더라고요. 복수의 마감 날짜와 외부 일정에 맞춰서 겨우겨우 저글링을 하는 느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참신한 콘텐츠를 많이 보면서 영감을 얻고 싶었는데, 오히려 저만의 루프에 갇힌 느낌이랄까요?

9월에는 콘텐츠의 양을 줄이더라도, 스스로 통제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활동으로 하루하루를 채우고 싶습니다. 하하.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음 달에는 조금 더 가볍고 재미난 내용으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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