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의 그림자: 물류센터가 만드는 다층적 갈등

the삶에서 진행한 간담회 [지금 우리 일터는: 물류 노동을 말하다, 쿠팡과 아마존]에서는 쿠팡과 아마존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을 비교‧분석하고, 쿠팡 물류센터 현장의 이야기를 하며나은 노동 환경을 위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로켓배송의 그림자: 물류센터가 만드는 다층적 갈등
[편집자주] 지난 5월 31일 토요일, the삶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정동헌 지회장과 장인하 정책국장과 함께 [지금 우리 일터는: 물류 노동을 말하다, 쿠팡과 아마존]을 진행했습니다. 간담회에서는 쿠팡과 아마존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을 비교‧분석하고, 쿠팡 물류센터 현장의 이야기를 하며 보다 나은 노동 환경을 위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2025년까지 전 세계 5만 개 이상의 창고에 400만 대의 상업용 창고 로봇이 설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존이 2023년 75만 대의 로봇을 배치해 2022년 52만 대에서 44%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은 물류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수치들 뒤에는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현실이 있습니다.

쿠팡, 아마존, CJ대한통운 같은 물류기업들의 홍보영상에는 빠르게 움직이는 로봇들, 쾌적한 노동 환경에 웃고 있는 노동자들 등이 등장하죠.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증언은 다릅니다. 쿠팡 동탄센터에서 일하는 정동헌 지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일부 공정만 자동화되어 있을 뿐, 사람이 없으면 현장은 돌아가지 않아요. 로봇 기술의 한계로 오히려 사람이 힘든 업무를 도맡아 합니다."

쿠팡은 '인공지능'과 '자동화' 능력을 바탕으로 '쿠팡은 혁신적인 기업'이라 적극 홍보한다. 출처: 쿠팡 뉴스룸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쿠팡의 물류 혁신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자동화만이 아닙니다. 고용 구조의 불안정성, 지역사회와의 갈등, 안전 사각지대까지, 물류센터를 둘러싼 갈등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입니다.

계속되는 고용불안의 구조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 계약직, 일용직으로 나뉘며, 각기 다른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일용직 비율은 최소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기와 센터에 따라 일용직이 절대 다수인 경우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일용직 노동자를 대거 채용합니다. 건설현장 일용직의 경우 사실상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것과 달리, 쿠팡 물류센터의 일용직 노동자는 하루 단위로 고용계약을 체결합니다. 쿠팡은 이런 차이를 강조하면서 일용직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을 미지급하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했죠. 또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도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노동조합의 (당연한) 요구도 쿠팡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다수의 일용직을 사용하는 고용 구조는 불안정 노동의 제도화이자, 플랫폼 기업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이로 인해 일용직 노동자들은 산재 처리, 노동환경 개선, 휴게시간 보장 등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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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연구집단 '아워데이터바디'의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은 '쉬운 고용, 쉬운 해고, 쉬운 재고용' 전략을 사용합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데려다 사용할 수 있는 노동력 풀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 노동자들은 아마존 일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쉽게 지원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면 사측이 제시하는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감시 대상이 되고 성과를 측정당한다는 것에 대한 정신적, 육체적 부담도 느껴지고요. 그래서 그냥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생산성 문제로 해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고를 당해도 30일, 45일, 또는 60일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쉽게 재고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사라졌지만 여전한 UPH의 그림자

한편, 노동자들의 작업 강도를 평가하던 UPH(시간당 처리량) 지표는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공식적으로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UPH에 기반한 압박은 여전합니다. 정동헌 지회장은 "쿠팡도 아마존처럼 할당량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적 압박은 여전하다. 당연히 있다. 이건 언론에도 여러 번 나왔다"고 말합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UPH를 직접 확인할 수 없지만, 관리자들은 이를 기준으로 작업 속도를 점검하고 경고합니다. UPH는 명시적으로는 사라졌지만, 구조적으로는 엄연히 존재하는 통제 수단인 셈이죠. 이른바 '보이지 않는 할당량'은 노동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일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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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노동자들이 손에 들고 다니는 단말기를 이용해 ToT라는 수치를 측정합니다. ToT란 Time off Task의 약자로 '직무에서 벗어난 시간'을 뜻하는데요, 어떤 이유로든(화장실을 다녀오든, 물을 마시든, 다른 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든, 관리자가 시켜서 근무 장소를 옮기든) 물품을 옮기지 않는 시간은 모두 ToT로 집계됩니다. ToT가 집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항상 ToT를 의식하면서 화장실조차 마음 편히 다녀오지 못하게 됩니다.

일용직의 양면성

그럼에도 쿠팡 물류센터의 일용직 일자리에 지원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좋은 일자리는 날이 갈수록 사라지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N잡을 뛰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 환경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시기에만 일할 수 있고 일당도 일한 다음날 바로 입금됩니다. 앱을 통해서 손쉽게 업무를 신청할 수 있다는 편의성도 한 몫합니다. 진입 장벽이 높은 건설업 일용직 일자리와 큰 차이가 있죠.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용직으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쿠팡 물류센터 일자리를 '임시직'이라 여기고,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조합 활동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사망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알려지고,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대통령 선거 당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쿠팡도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었죠.

지역사회와의 충돌: 약속된 혜택의 한계

쿠팡은 더 넓은 지역에 더 빠른 배송을 실현하고, 물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기지로 물류센터를 전국 각지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지자체에게는 반가운 유치 성과이기도 합니다. 투자 유치, 지역 GDP 증가, 일자리 확대 등의 기대 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소음, 교통 혼잡,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며, 지역의 생활환경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동헌 지회장은 "물류센터 부근에는 24시간 내내 대형 트럭들이 끊임없이 드나들면서 소음과 미세먼지 등이 발생하고 안전 문제도 대두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님비 문제로 볼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자리 창출, 착시일지도

게다가 기대했던 고용 효과도 실상은 한계가 있습니다. 비수도권 지역에는 인구 감소 및 고령화로 인해 지역 내에 일할 수 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쿠팡은 비수도권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인근 도시나 외곽 지역에서 노동자들을 셔틀버스로 태워 오고 있습니다. 

여주 물류센터의 경우, 약 140km 떨어진 강릉까지 셔틀버스를 보내 사람을 수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편도 2시간이 넘는 거리로, 지역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현실을 보여줍니다. 정동헌 지회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음성에 크게 지은 금왕 물류센터의 운영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 역시 인력 문제라 합니다.

플랫폼 경제의 지역 잠식

해외 사례를 보면, 아마존이 진출한 지역에서 당일배송 시스템은 오히려 지역의 소규모 유통·판매 생태계를 붕괴시켰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입지 갈등이 아니라, 플랫폼 경제가 지역을 잠식하는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지점입니다.

자동화의 현실: 여전히 갈 길이 먼 로봇 시스템


"AGV(자재나 상품을 자동으로 운반하는 장비) 로봇 덕분에 직원들이 상품을 직접 들고 운반하는 부담이 사라졌습니다. 그 결과, 전체 업무량의 약 65%가 감소했습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미디어 '패스트컴퍼니'가 쿠팡을 '2025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한 것을 홍보하면서 쿠팡이 언급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5%의 창고만이 완전 또는 거의 완전 자동화되어 있고, 15%가 중간 수준의 자동화를, 나머지 80%는 낮은 수준의 창고 자동화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물건을 옮기는 공정이 일부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물품은 사람이 다루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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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로봇 도입으로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홍보합니다. 그러나 정반대로 아마존 노동자들은 '내가 로봇이 된 것 같아요'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2019년 미국 미네소타주의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우리는 인간이지 로봇이 아니다!"라고 항의했고, 20203년에는 영국의 아마존 물류창고 노동자들이 하루 4시간 파업을 선포하며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라고 외쳤습니다.

복합적 물류 운영의 한계

정동헌 지회장은 현장의 실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대표적인 풀필먼트 산업인 쿠팡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 개의 센터에서 입고, 출고, 검수, 허브 작업이 같이 이루어집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쿠팡 동탄센터의 경우만 보더라도 일부 층, 일부 공정만 자동화가 되어있습니다.”

이처럼 물류센터는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업무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상품 입고부터 검수, 포장, 출고까지의 전 과정에서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진 작업들이 동시에 진행되며, 이 모든 과정을 완전히 자동화하기에는 현재의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입니다.

로봇의 한계와 인간의 부담

“(로봇이) 다룰 수 있는 물건들이 한정되어 있고, 100% 자동화가 아닌 노동자의 보조가 필요합니다. 실질적인 업무들을 현장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공정만 자동화 한다고 해서 노동 강도를 낮출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정동헌 지회장의 설명입니다.

무겁거나 불규칙한 형태의 물품, 깨지기 쉬운 상품들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처리해야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로봇은 아직 한계를 드러냅니다. 로봇으로 자동화 공정이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무거운 물품을 쉬지 않고 옮기느라 근골격계 질환이 계속 생기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애환은 그대로입니다.

게다가 로봇에서 나오는 열기는 기존의 기계들에서 나오는 열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합니다. 여름철 물류센터 내부 온도는 40도를 넘나들기도 하는데, 로봇들이 추가로 발생시키는 열로 인해 작업환경이 더욱 악화된다고 정 지회장은 덧붙였습니다.

반복되는 사고: 구조적 원인의 지속

정동헌 지회장은 “지난 1월 쿠팡 청문회에서 대표의 사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물류센터에서 한명의 노동자가 돌아가시는 비극이 또 다시 발생”했다며 왜 쿠팡에서 이런 비극이 계속 발생하는지 돌아봐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지 안전 규칙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도한 노동강도, 야간노동, 그리고 책임 회피의 메커니즘이라는 구조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건축법이 만든 사각지대

또 다른 문제는 화재 위험입니다. 한국에서 물류센터는 건축법상 '창고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물품 저장용 공간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화재 발생 시 대피로 확보, 방화구획, 소방시설 설치 기준이 일반 작업장보다 낮습니다.

정동헌 지회장은 이천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를 예로 들며 “건축법 상 창고로 분류되고, 구조상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건축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창고가 아닌 사람이 일하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물류센터에는 수천 명의 노동자가 24시간 교대로 근무하지만, 건축법상으로는 ‘무인 창고’와 동일한 안전 기준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이는 화재 발생 시 진압이 어렵고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심각한 것은 물품 보관에만 초점을 맞춘 설계로 인해 환기 시설이나 열기 배출 구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장시간 근무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온도 조절과 공기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폭염 시에는 극심한 더위에, 한파 시에는 혹독한 추위에 노동자들이 그대로 노출됩니다. 이로 인해 온열질환으로 쓰러지거나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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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물류창고(warehouse)가 단순 보관시설이 아닌 ‘작업장(workplace)’으로 간주되어, 산업안전보건법(OSH Act)에 따라 엄격한 규제를 받습니다. 구체적으로, 1970년 제정된 연방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모든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위험하지 않은 근무 환경(Free from recognized hazards)”을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어요. 이 기준은 물류센터에도 적용되며, 고온작업, 지게차 운영, 피난경로, 환기 설비 등에서 세부 안전지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폭염으로 일하다 쓰러지지 않도록

올해 여름을 앞두고 쿠팡물류센터지회는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정동헌 지회장은 “산안법 39조의 현장 안착, 쿠팡청문회, 노조 할 권리를 중심으로 올 해 여름 투쟁을 진행해보고자 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주요한 요구 중 하나는 폭염 시 휴게시간 확대입니다. 노동부가 제출했지만 규제개혁위가 막아버린 ‘폭염시 휴게시간 2시간당 20분’ 산안규칙은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조치입니다. 기후위기로 날로 폭염이 심각해는 상황에서 이런 기본적인 안전 조치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게 현재 한국 쿠팡 물류센터의 현실입니다.


쿠팡 물류센터의 상황은 우리 사회가 기술 발전과 함께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화려한 자동화 기술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진정한 혁신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첫걸음은 노동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폭염시 휴게시간 2시간당 20분'이라는 규칙을 당장 시행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