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쿠팡물류센터로 일하러 가는 이유는?

그럼에도 쿠팡물류센터로 일하러 가는 이유는?

the삶 회원인 에디터 S의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오래 일하셨어요. 그래서 쿠팡물류센터 셔틀버스가 지나갈 때면 “젊은 사람들이 저기 일하러 가면 기술도 안 가르쳐 주는데…”라고 하면서 조금 안타까워 하십니다.

그래서 에디터 S는 쿠팡물류센터지회에 물어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왜 건설현장에 안 가고 쿠팡물류센터에 일하러 갈까요?”

오늘은 S의 질문에 나름의 답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the삶-쿠팡물류센터지회의 대화와 장인하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의 논문 <긱 노동에서의 고용 관계 지속 기제>에서 많은 단서를 얻었어요. 우리가 찾은 답이 완전하진 않지만,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루시드 오리진 모델을 사용해서 생성한 물류센터 노동현장 스케치 이미지. 아래 다른 스케치와 비교해 보세요!

일용직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건설현장 일용직이든 물류업체의 일용직이든 기본적인 구조는 동일합니다. 그때그때 돈을 벌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원하는 만큼 일하지요. 그렇다면 똑같은 일용직인데 왜 건설현장에는 내국인 노동자가 부족하고 쿠팡물류센터에는 일용직으로 일하려는 사람이 많이 몰릴까요?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일을 못할 가능성’이었습니다.

건설현장 일용직은 새벽에 나가서 기다렸어도 그날의 노동력 수요에 따라 일을 배정받지 못하고 그냥 집에 돌아와야 하는 날이 있다는 겁니다. ‘공치는 날’이라고 하죠. 반면 쿠팡물류센터 일용직은 앱으로 간편하게 출근 신청을 하고, 일감이 있을 경우 출근 확정 메시지를 받습니다. 적어도 헛걸음을 하진 않겠지요.

쿠팡물류센터 일용직으로 일하면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건설현장에서는 일용직이라도 한 곳에서 몇 달 동안 일을 계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하기가 어려운데, 쿠팡물류센터는 날마다 일용직을 대거 채용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원하는 날만 일하러 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쿠팡물류센터도 항상 출근 확정이 되는 건 아니에요)

장인하 정책국장이 인터뷰한 남성 노동자 중 몇몇은 건설 일용직 노동 경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건설 일용직이 쿠팡물류센터보다 일당은 더 높지만 작업 강도가 더 세고 위험성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는 이제 좀 바깥에서 일하니까 그다음에 그쪽은 또 환경적인 요인은 또 많이 이제 제약이 좀 있죠. (...) 야외에서 하는 거거든요. 그런 거는 좀 힘들죠. 그리고 그날 내가 나가가지고서 일이 확정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안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럼 또 다시 바로 집으로 와야 되는 이제 그런 상황도 있고 그런 부담도 있는 거죠. (남성 / 40대 후반 / 인천 거주 / 부업)

또 하나, 의외의 요소는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었어요.

장 정책국장이 만났던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해 “거의 끝까지 간 것”, “밑바닥까지 내려온 것”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여기서 계속 일하진 않을 거야’, ‘다른 사람들도 여기서 일 많이 하니까 괜찮아’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the삶이 발견한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는 괜찮은 일자리의 희소성입니다. 전반적으로 일자리의 질이 높지 않고,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쿠팡이 물류센터에 일용직을 대거 채용할 수 있다는 거죠. 정동헌 쿠팡물류센터 지회장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문턱이 없는 곳이니까요. 직업소개소 갈 필요도 없고, 돈도 안 떼먹고, 체불도 없고요. 체불이 없는 건 되게 중요해요. 그러니까 요즘 다른 알바를 하러 가도 최저임금도 안 주는 데가 많잖아요. 비수도권의 경우 편의점에서도 최저임금 미만으로 임금을 주는 데가 있고, 또 요즘 편의점도 24시간 하는 데가 적어졌어요. 장사가 잘 안 되면 밤에 문 닫아놓는 데도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쿠팡만한 데가 없다고 하는 거죠. (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애초에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연령, 성별, 거주지 같은 조건도 제약으로 작용하고요. 그런데 쿠팡물류센터의 경우 60세 미만의 성인이라면 어떠한 자격 요건도 없이 일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본다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접근 가능한 일자리 중에서 쿠팡물류센터 일자리가 비교적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나이대에는 할 게 환경미화라는 것밖에 없어요. (노인분들 요양보호) 그거는 또 자격증을 따야 되니까. 학원 다니고. 일단 투자를 해야 되잖아요. (...) 여자들은 식당. 끽해야 이마트 가서 시식 알바. 아니면 이제 환경. (여성 / 50대 후반 / 경기 거주 / 주업)

특별한 전문성이나 숙련 혹은 자격 등을 소지하고 있지 않는 한국의 중년 여성이 유연한 일정 조정이 가능한 일자리를 찾는다면 쿠팡물류센터가 현실적인 답일 수도 있겠네요.

‘나노 바나나’ 모델을 사용해서 생성한 물류센터 노동현장 스케치 이미지. 마음에 드시나요?

여기에 지역이라는 변수가 들어가면 괜찮은 대안적 일자리 찾기는 더욱더 어려워집니다.

근데 저희 단기 입장에서는 고마운 기업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돈 벌 기회를 주기 때문에 특히나 대구는 일할 자리가 많이 없기 때문에 고마운 기업일 수도 있 어요. (남성 / 40대 후반 / 대구 거주 / 부업)
제 기준에는 일의 난이도, 균형, 분위기, 상황, 출퇴근 거리 등등 그게 돈을 조금 작게 받는 대신 일은 조금 수월하고 출퇴근도 가깝고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고 그다음에 어느 정도 좀 익숙하다 등등 이런 요소들이 그 육각형이 참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남성 / 30대 중반 / 대구 거주 / 주업)

실제로 원주에 있는 쿠팡물류센터는 강릉까지 출퇴근 셔틀을 운행한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일자리도 수도권-비수도권 간에 양극화가 심하잖아요. 그래서 비수도권에서는 셔틀을 타고 조금 먼 거리를 이동해서 쿠팡물류센터로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쿠팡은 ‘고마운 기업’일까요, 여전히 ‘웬만하면 가지 말아야 할 곳’일까요?

다른 물류센터의 일용직 일자리나, 택배 상하차 일자리와 비교할 때 쿠팡물류센터 일자리가 나은 점은 분명 있습니다. 쿠팡물류센터는 최소한의 법은 지켜지는 곳이라고 인식되거든요. 반면 다른 일부 물류센터에서는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노동시간도 변동이 심하고 지게차가 사람들과 아무렇게나 섞이는 등 위험 관리도 안 된다고 합니다.

또 쿠팡은 어찌됐든 일용직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만, 택배 상하차의 경우 외주 하청업체를 통해 사람을 모집하는데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 취업 제한도 풀렸습니다. 즉 쿠팡물류센터와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물류업계 일터의 노동조건이 많이 열악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노동법을 준수한다’라는 명제가 항상 성립하진 않습니다.

  • 지난해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쿠팡CLS의 서브허브와 배송캠프 등 41개소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이 적발되었어요.
  • 또 쿠팡CLS가 일용직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로 위장시켜 이른바 ‘가짜 3.3’ 계약을 대거 체결한 사실도 폭로되었습니다.
  • 쿠팡CFS의 경우 일용직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받기 어렵도록 취업규칙을 변경한 바 있습니다. 노동부가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어요.

또 하나. 수입이라는 측면에서도 쿠팡물류센터 일자리가 ‘고마운’ 자리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일하는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해서는 “카드값 정도만” 벌 수 있다고 해요.

요즘엔 진짜 그냥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니에요. 근데 여기서 단기로 일하면 거의 다 그러실 것 같은데 그냥 수입은 정말 자기 카드값 정도만 벌 수 있을 것 같아요. ( 여성 / 40대 초반 / 서울 거주 / 주업)

쿠팡물류센터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고 쉽게 말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휴게시간 보장과 같은 기본적인 노동자 권리가 부정된다는 것입니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면 노동 강도는 더 높겠지만, 쉬는 시간은 충분히 있어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다른 물류센터에서도 점심시간 외 휴식시간은 보장합니다.

반면 쿠팡물류센터에서는 쉬는 시간이 거의 없이 사람을 굴리고 있습니다. 8~9시간 동안 계속 물건을 들어올리고 내려놓고 걸어다녀야 해서 노동 강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SNS에는 쿠팡물류센터에 처음 일하러 갔다가 놀라서 “웬만하면 가지 마세요”라든가 “갈 곳이 못 된다”는 소감을 올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요.

💡
수많은 불안정하고 취약한 노동자의 존재에 기대 한국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쿠팡. 그런데도 상당수 사람들에게 그런 일자리가 ‘최선의 선택’이 되어버리는 냉혹한 현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좋은 일자리에 대한 책임성을 더 높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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