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계약 유행하는 사회
노동건강연대 ✕ 33레터

✂️📄 쪼개기 계약이란…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과로사한 청년 노동자가 생전 3개월, 4개월, 7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반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쪼개기 계약’이 이슈가 되고 있죠⚠️
기간제법에 따르면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해요. 쪼개기 계약은 이런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단기 또는 초단기 근로계약을 맺는 행태를 말합니다.
- 노동자는 같은 사업장에서 2년 넘게 일하더라도 단기 계약을 반복하면서 계속 비정규직 상태로 남게 됩니다.
- 노동자가 1년 이상 계속근로를 하면 퇴직금과 연차휴가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데, 사업주는 쪼개기 계약을 통해 이것도 피해가요.
💔 쪼개짐을 당하는 사람들
런베뮤만 하는 게 아니었어요. 고령 노동자가 많이 일하는 경비, 시설관리 업종이 쪼개기 계약으로 유명하죠. 그리고 공공기관에서도 쪼개기 계약을 많이 해요. 다양한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롯데월드🎡 - 23개월의 비밀
폭염이 심했던 2018년 여름, 롯데월드에서 인형탈을 쓰고 일하던 청년 노동자가 이틀 연속 쓰러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노동자가 쪼개기 계약을 맺고 있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고요.
당시 롯데월드가 정해놓았던 근로계약 기간은 ‘최대 23개월’. 특이한 숫자죠? 24개월을 채우면 정규직 전환 의무가 발생하니까 이렇게 정했다고 추측됩니다.

배민라이더스🛵 - 3개월도 짧은데 1개월?
배민이 한창 성장하던 시기, 라이더들은 ‘배민라이더스’라는 이름으로 (주)우아한청년들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했어요(나중에 배민라이더스에서 배민1으로 바뀜). 원래 3개월 단위로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2019년 12월에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1개월 단위 계약으로 바꿨어요.
- 라이더의 임금인 건당 수수료도 일방적으로 변경되었어요.
- 그래도 계약서를 써야 일을 할 수 있으니 라이더들은 1개월 단위 계약서를 쓸 수밖에 없었지요.

기간제 교사📚 - 3.5개월 계약?
학교들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때, 계약기간을 특이하게 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방학이나 연휴 등을 제외하고 몇 개월 단위로 채용하는 것이죠.
-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보면 계약기간이 3월 1일부터 7월 18일까지인 경우, 그리고 8월 29일부터 12월 20일까지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 학교는 퇴직금 등 인건비를 절감하겠지만, 이런 식의 계약이 기간제 교사들에게는 경제적 불안정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한국어 교원🧑🏫 - 95%가 여성이라는데
한국어 교원들의 계약기간은 대부분 1~10개월 사이라고 합니다. 기간제 교사들처럼 방학을 빼고 4~7월, 9~12월과 같은 식으로 계약하기도 하고요.
한국어 교원의 95%가 여성인데, 그중 절반이 13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일합니다. 1시간 강의를 위해 실제로 필요한 시간을 계산한다면 사실상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고 있어요. 그런데도 쪼개기 계약으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니, 저임금에 고용불안까지 겹치게 됩니다.
카카오뱅크 고객상담 직원🏦
지불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들도 쪼개기 계약을 활용합니다. 2020년 카카오뱅크가 고객서비스부문 계약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쪼개기 계약’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어요.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1년마다 시험을 실시해서 ‘평가 미달’이라는 명목으로 계약직 직원들과의 계약을 대거 종료했어요. 그렇게 생긴 빈자리는 새로운 계약직 직원들로 다시 채우고요. 정규직 전환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머리를 쓴 느낌입니다.

대기업에 고용된 바리스타☕
이곳도 대기업이에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있어서 바리스타인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했는데 계약기간은 1년, 근무시간도 짧고 임금은 1년간 1,000만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습니다. 그 1년이 지난 후에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어요.

3개월 계약을 강요당한 경비노동자 🧯
2018년부터 창원컨벤션센터(CECO·세코)에서 일하던 경비노동자 김호동씨. 세코 시설관리 용역을 새로 담당하게 된 업체로부터 3개월 근로계약서를 쓰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김씨가 거부하자, 해당 업체의 관리자는 “직원 67명 전부 다 3개월짜리 계약서를 쓴다”면서 계약서 작성을 강요했어요. 결국 김씨는 모멸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이르렀습니다.
- 공공기관이든 민간 시설이든 간에 경비노동자와 시설관리 노동자를 직접고용하지 않고 용역회사를 통해 간접고용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습니다.
- 몇 년 전에는 그래도 경비노동자를 1년 단위로 고용했는데, 요즘에는 2~3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하니 쪼개기 계약이 점점 심해지는 것 아닌가 싶네요.

런던베이글뮤지엄🥯
26세 청년 노동자가 과로사한 사건 이후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 운영법인 엘비엠의 기간제 비율이 무려 96.8%(750명 중 726명)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어요. 동종업계 다른 기업과 비교해도 기간제 비율이 현저히 높은, 비정상적인 고용 구조였습니다.

- 런베뮤 직원들은 실제로 3개월, 4개월, 7개월, 9개월, 11개월과 같은 식으로 쪼개기 계약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 어떤 노동자는 수습기간 3개월 동안 매달 근로계약서를 썼다고 증언했어요.
런베뮤의 이런 계약 형태는 정규직 전환 회피는 물론이고 사측의 갑질과 극심한 노동자 통제로 이어졌습니다.
- 연장근무가 계속되고, 1분만 지각해도 단축근로로 처리하고, 자필 반성문을 작성하게 하는 등 사측이 부당한 행위를 일삼아도 노동자들은 항의할 수가 없었어요.
- 회사에 잘보여야 계약 연장이 되는 구조였고, 항의하면 업계 내 이직에도 불이익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런베뮤는 이런 구조를 잘 알고 철저하게 악용한 사례입니다. 그냥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법제도를 잘 몰랐던 것도 아니에요.
그밖에 요양보호사,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대학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등 취약한 노동자들이 몰리는 분야에 쪼개기 계약이 많습니다.
계약을 쪼갠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사람이 쪼개지는 거잖아요. 똑같은 일을 10년 동안 한다면 10년 동안 사람이 계속 쪼개지는 거죠. - 장종수 노무사
🧩 왜 쪼개기 계약이 용인되는가?
그래도 되니까요.
사업주가 쪼개기 계약을 하는 이유는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기는 쉽지 않은데, 계약직 노동자를 몇 개월씩 채용하면 언제든지 ‘계약 종료’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해고가 가능하니까요.
- 숙련된 노동자를 쓰고 싶지만, 그 노동자의 숙련에 대해 정당한 값은 지불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 이런 편법이 만연해 있다 보니 경각심도 별로 없고요.
- 특히 노동력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업종에서는 사업주가 제시하는 조건대로 계약을 체결하기가 용이합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한 경우, 대부분의 노동자는 ‘계약기간이 끝났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 간혹 ‘계약이 연장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소송을 하는 노동자도 있고, 실제로도 갱신기대권이라는 법리가 있긴 해요. 하지만 법원에서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어요.
- 고용노동부 역시 불합리한 단기계약을 반복하는 행태에 대해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그래도 되니까’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런 것도 생각해 봐요
-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 쪼개기 계약은 노동 통제를 강화합니다.
- 런베뮤 노동자들이 처했던 상황이 이를 보여줍니다. 726명이 단기 계약을 계속 연장하면서 ‘버티는’ 상황.
- 회사의 입맛에 맞으면 계약을 3개월 연장하고, 그후에 또 7개월 연장하고… 그러다 보면 모두가 자발적으로 일을 더 하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집니다.
- 계약을 쪼개는 사람은 누구인가?
- 쪼개기 계약을 실행하는 것은 기업들이죠. 그런데 기업들은 법망을 회피하기 위해 노무사, 변호사의 세세한 코칭을 받아요. 이런 ‘자문’을 제공하는 사람들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 ‘쪼개기 계약’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장종수 노무사는 이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합니다. 용어 자체가 정확하고 선명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이런 계약의 폐해를 더 많이 알려나갈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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